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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May 14. 2023

줄넘기학원을 보낸다고요?

줄넘기, 축구, 야구, 농구, 스케이트, 피아노, 바이올린, 가야금...

2012년 로스쿨 3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이사 오면서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서 큰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가게 되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거의 없고, 심지어 미취학 아동들조차 도대체 어디에서 노는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끝나고 놀이터를 간다는 사실을 알았고, 친구들과 잠시 놀다가 다시 각자 바쁜 스케줄을 따라가기 위해서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것도 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나 4남매를 키우면서 동네에 있는 웬만한 예체능과 관련된 학원은 거의 보내본 것 같습니다. 물론 고급지고,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은 시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방송댄스, 수영부터 스키, 바둑과 미술, 바이올린에 가야금까지 참 많이도 시켰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4남매가 모두 줄넘기학원을 다니고 있어 사실 처음에는 반대했었습니다. 저도 그냥 평범한 아저씨니까요.


"뭐? 줄넘기 학원을 다닌다고?"

"돈이 넘치나?"

"줄넘기 그냥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하면 안 되나?"

"남들이 전부 비웃겠다. 미쳤다고 하겠어."


이건 저만의 반응이 아니었을 겁니다. 줄넘기 학원의 존재는 작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큰애가 자꾸 친구들이 다닌다면서 본인도 다니고 싶다고 했지만 피아노, 미술, 수영, 가야금까지 하고 있는 터라 자신의 희망과 무관하게 비용과 시간문제로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수영과 가야금을 중단해서 더 이상 핑계도 없어서 결국 승낙했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삼 남매도 기다렸다는 듯이 누가 누가 한다, 누나처럼 가고 싶다 등등 너무 재잘재잘, 조잘조잘 귀여워서 모두 허락해 준지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우선 학원비가 일주일에 2회 50분씩 가는데 1인당 14만 원, 4명이면 56만 원입니다. 많이 보낸다고 옷이나 줄넘기를 선물로 준다고 하나... 이 역시 일반 가정집 사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다행히 아빠가 국내 유일의 커리어를 가진 변호사라 부담가능해서 질렀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궁금해졌습니다. 


"왜, 아이들이 이렇게 줄넘기에 열광할까?"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서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둘째의 경우 축구학원에 보냈더니 3달 만에 재미없다고 스스로 그만뒀었지만 줄넘기는 완전히 몰입해서 또래 중에 제일 열심히 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관찰이 시작되었습니다. 



둘째가 하는 줄넘기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그냥 줄넘기, 쌩쌩이 정도가 아니라 이상한 자세로 연습을 합니다. 혹시 인스타그램등에서 lauren.jumps라고 검색해 보시거나 지나가다라도 젊고 건강한 여자가 줄넘기로 각종 재주를 부리는 것 확인하신 분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지금의 줄넘기는 우리가 어려서 배웠던 단순 줄을 넘기기나 쌩쌩이가 아니라 급수가 있고, 기술이 있어서 한 단계씩 발전하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교육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줄넘기 학원에 가보시면 마치 영화 속 헬스장에서 집단으로 소리치면서 미친 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대는 스피닝이 떠오를 정도로 화려한 조명에 편을 가르고, 경쟁을 하면서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 장소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모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키, 성장 때문에 호르몬주사, 영양제에 더해 줄넘기를 시키면서 속이 탔던 분들이라면 무조건 줄넘기학원에 아이를 보내면 자동으로 해결됩니다. 제발 줄넘기 연습을 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보는 신박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줄넘기 학원 버스를 기다리고, 친구랑 놀거나 동화책을 보는 것보다 당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더 자세한 예체능 학원에 대한 얘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아빠, 엄마의 함께 가는 길, 아마도쇼..."





https://youtu.be/ZeDNAgcUi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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