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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Feb 04. 2024

아내의 휴가, 변호사 아빠의 사 남매 육아

시급 100만 원 로스쿨 출신 변호사  

1. 아내에게 휴가를 제안하다


부부가 나이가 들어가니 퇴근할 때마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잠시잠깐씩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아내를 보면서 솔직하게 가끔은 '왜 저렇게 누워서 유튜브만 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50대가 가까워지면서 아이를 하나, 둘도 아니고 네 명을 키우다 보니 정말 한 끼 식사도 3-4번 차리는 것이 일상다반사고, 학원 시간에 맞춰 차 태워 보내는 것도 일이라 가끔씩 도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아이들도 방학이 끝나 학교에 다니니 아침만 챙겨주면 오전 시간이 비니까 일을 할 수 있고, 오후에 막내만 학원에 데려다주면 나머지 세명은 알아서 갈 정도는 된다고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부산에 5박 6일 최고급 숙박시설을 예약해 주고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이고, 제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더니 일단 기차표를 발권하고 나니 옷부터 사고 역시 여행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행복해진 모습을 보면서 나름 뿌듯했습니다. 


2. 고생길이 시작된 육아빠의 일상


한 명이 여행을 갔지만 그래도 5명이다 보니 한 끼만 먹어도 이렇게 설거지가 쌓입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빵 먹는 둘째, 밥 먹겠다는 셋째, 안 먹겠다는 첫째에 먹여달라는 막내까지 제각각 요구사항이 다르다 보니 별거 아닌 아침도 준비하다 보면 눈곱 뗄 시간도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여기에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재활용하기, 과일 틈틈이 깎아 놓고 준비해 놓기, 막내 목욕시키기와 아침에 등원 준비하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행복했습니다.


3. 일상의 반복, 지쳐버린 저녁 시간


'왜 시간 만나면 누워서 휴대폰만 보고 있을까?', '나 같으면 쉬면서 책도 보고 다른 생각을 좀 할 텐데, 아쉽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몰라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맞습니다.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면서 등교, 등원을 시키고 나면 이불도 개고, 환기도 시키고,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해야 하고, 틈틈이 일도 해야 하니 메일을 열어서 회신하고,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전화를 받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다가옵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주니 다행스럽게 점심 준비는 안 해도 되지만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이라 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으니 식성에 따라 과일, 떡, 빵, 과자 등을 끊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육아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영어, 수학, 미술, 수영, 줄넘기, 피아노, 코딩, 논술 등 각자 다녀야 하는 학원과 시간이 다르다 보니 저녁도 5명이 같이 먹을 수 없습니다. 최소한 두 번에서 세 번은 따로 차려야 하니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아빠 마음에 저녁을 두 번 하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 반찬가게가 있어 큰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큰 아이는 10시에 학원이 끝나지만 나머지 셋은 6시 정도에 끝나니 저녁 먹이고, 씻기고, 숙제 봐주면 어느새 9시 잘 시간이 됩니다. 엄마가 없으니 잠시 만화나 게임이라도 30분 하면 금방 10시 가까운 시간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그리고 일단 큰 아이를 제외한 세명을 한방에 몰아넣고 불을 끄는 순간이 되면 드디어 80% 자유시간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큰아이가 와서 밥을 먹거나 야식이라도 챙겨주고 나는 11시 반정도가 지나면 완전한 자유가 되지만 그때는 휴대폰을 열어도 눈이 감겨서 쓰러지게 되더군요. 이렇게 월화수목금, 5일이 지나갔습니다.


4. 행복한 얼굴로 돌아온 아내


18:17에 수서역에 도착한다고 해서 18시에 막내를 논술학원에 넣고, 수서역으로 마중을 갔었습니다. 마음이야 멀리서부터 달려가 안고 싶었지만 우리 나이쯤 되면 그렇게 했다간 핀잔만 듣기에 반가운 마음에 짐을 받고 조용히 차에 태워 집으로 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정리가 전부 끝나고 애들까지 재운 후에 1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누워있는데 거실에서 큰아이와 이야기하는 아내의 목소리를 눈감고 들으니 이제야 집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고, 그날은 정말 8시간을 푹 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다음날부터 다시 쌍둥이 때문에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그래도 밝은 얼굴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매달 3박 4일 정도는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니까, 지치기 전에 반드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현실적으로 매월은 어렵겠지만 분명히 자주 각자의 시간, 혼자서 아무것도 아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5. 함께하는 가사


여행을 보내기 전에는 순전히 돕는다는 느낌? 시키면 정말 하기 싫지만 잔소리 듣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분명히 달라진 점은 내가 조금만 귀찮아지면 아내가 다소 편해진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정말 싫어하는 음쓰처리, 재활용은 알아서 빨리 실행에 옮기고, 설거지도 최소한 그릇을 비우고 음식물만 정리하고 물에 담가놓으면 훨씬 편해지는 것을 알기에 몸을 움직입니다. 분명히 아빠로 가장으로 바깥에서 돈을 벌어다 주지만 안에서 하는 일이 충분히 균형을 잡아주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육아도 가사도 퇴근이 있고 나도 가정의 일원으로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사람이 힘들지 않도록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꼼지락 거리거나 뒤로 미룰 이유도 없어집니다.


그냥 내 일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가볍게 움직여집니다.



6. 인생점수 60점 아빠의 두 번째 책, '시급 100만 원 로스쿨 변호사 되기'


2022. 11. 출간한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는 다행스럽게 2쇄까지 찍게 되었고, 그 사이 법률신문사에서 인세를 받고 로스쿨 준비생과 신입 변호사를 위한 안내서 '시급 100만 원 로스쿨 변호사 되기'의 편집본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3월쯤이면 시중에 선을 보일 것 같습니다.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보험설계사(생명보험, 손해보험), 소비자단체 대표, 신문사 대표/기자, 온라인 교육 사업 및 민간자격증 운영, 건강기능식품 자율심의기구 심의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최근 첼로, 탁구, 피아노까지 시작해서 정말 바쁘긴 합니다. 


Simply Piano 앱을 이용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소싯적 군대 탁구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탁구를 배우기 위한 노력
어릴 적 한을 풀기 위한 럭셔리 첼로 레슨, 솔바이올린


7. 마치며


2024년에도 도전은 계속됩니다. 올해는 골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과 돈으로 다양한 취미에 도전해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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