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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상남 Sep 06. 2020

'순수'의 시대를 열망하다

ODG - 신용재 편



내 브런치 글 중 하나에서 나는 감히 시대정신을 논했다. 나는 시대정신의 핵심에 '인간성의 회복' 즉, 나와 다른 사람을 포함한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위기이자 요구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이 주도해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인간을 사랑하라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역설적인 이 상황을 나는 시대정신의 과제이자 실체라고 보았다.


나는 의미 있는 방황을 겪는 중이다. 방황이라는 표현이 정확할지는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던진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내 영혼이 가장 행복해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생각과 경험들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순수의 시대를 열망한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몇 년 전으로 돌아가거나, 어느 때로 돌아가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를 너무 암울하게 보고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그런 것이라 여겼다. 그렇지만 나는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가 13살 생일파티에서 손편지와 화분을 선물하며 '나를 대하듯이 키워줘'라고 메시지를 건넸던 때일 수도 있고, 21살이 되어 두 살 어린 동생들을 학원에서 만나 처음 멘토링을 하며 타인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처음 체험한 때일 수도 있으며, 이 사회의 모순과 시스템의 응달진 곳을 깨달아 그곳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약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정의감을 불태우던 정치학 전공 학생일 때 일 수도 있다. 시점이 아니라 경험을 회상하고 순수를 열망한다. 


한 유튜브를 보았다. 초, 중학교 학생들이 우리 세대 사이에서 정상급으로 유명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배경지식 없이 들으며 그 사람들과 대화하는 참으로 담백하고 참신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아이들은 자신 앞에서 노래 부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유명 가수였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심 없이, 편견 없이 그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진솔한 말을 건넨다. 세대가 많이 차이나는 그 영상 속 아이들과 연예인들이 서로의 감정을 터놓고 눈빛을 교환하며 사심 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대화가 통한다. 때로는 잔잔한 위로를 건네기도, 때로는 깨끗한 계곡물과 같이 맑은 한 마디를 건넨다. 노래도 잘 부르고, 그를 바라보며 놀라움에 가득 차 눈이 똥그래진 아이들의 모습도 싱그러운 미소를 띠게 만든다. 


내 브런치 <초보 멘토, 교육을 사유하다> 매거진의 일화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은 단지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내 인생 처음이자 최대로 전인적인 생활을 지속했던 때였다. 그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이 내 내면 깊숙한 곳부터 나를 감동시키고 변화시켰다. 잊을 수가 없는 짜릿한 시절이었다. 제 아무리 내게 돈이 좀 생기고, 성공가도가 열리며 좋은 교육과 먹거리 등을 향유해도 그때의 행복보다 더 크지 않았다. 나는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내 기질에 대해 고민했고,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결론짓게 됐다. 내가 그들에게 인정을 받느냐는 둘째 문제였다. 


내가 요즈음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며 슬픔에 가득 찼던 이유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 행위를 충족시킬 직업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나는 순수한 의도가 모인 사람들이 모여 함께 그 순수를 키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내 직업에서도 실천하고 싶다. 난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역설적이게도 사라져 가는 현실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럴까? 심지어 점점 문화나 일상에서 아날로그가 좋다. 한 책에서 유대인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인정받기 위해서란다. 그 인정이 무엇인고 하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인정을 받는 것이란다. 난 지금까지 돈을 펑펑 벌 수 없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그때까지의 지식과 고민의 흔적밖에 없었다. 멘토링은 그래서 지속했다.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만나며 대화를 하고 싶다. 나부터가 이 글을 쓸 정도로 내 맘 같지 않지만 늘 그 희망에 대한 끈을 놓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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