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1만년도 넘은 시점. 우주는 황제와 대가문들이 지배하는 곳이다. 스파이스라고 하는 우주공간이동에 필요한 물질이 있는 아라키스라는 행성을 차지하기 위한 가문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원래 아라키스의 주인인 프레맨과 손잡은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후계자 폴은 하코넨 가문, 나아가서 황제의 군대와 맞서 싸운다. 우주 대서사시같은 스케일과 강렬한 장면은 두말할 것 없이 미력적이지만 스토리 설정만 놓고 보자면 다른 SF 스페이스 오딧세이 작품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에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종교와 구원자를 소재로 하는 상징성이 아닐까 싶다. 프레맨들은 폴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라고 믿게 되고 폴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프레맨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전쟁을 수행한다. 메시아가 올 것을 믿는 프레멘들과 이 메시아 이야기가 현실을 참고 견디게 하는 족쇄라고 생각하는 프레맨들이 있었지만 폴은 이들 모두와 함께 싸우게 된다. 폴이 사막에서 일정 기간 견디는 훈련을 받는 장면에서는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지낸 것이 떠오르며,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라고 하던 폴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메시아임을 믿도록 기록(경전)에 나와 있는 메시아의 증표를 하나씩 수행하는 모습 속에서 이적을 일으키며 로마의 압제 하 유대민족을 이끌고 가는 지도자가 되어가는 예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종교적 신념, 도적적으로만 작용한다면 세상의 평화를 이끌 수도 있다. 하지만 오직 자신들의 믿음만 옳다고 생각하는 근본주의에 빠진다면 다른 생각과 믿음을 가진 집단과는 화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듄은 물질적인 욕망이 바탕에 깔린 종교 또는 신념의 차이가 일으키는 끔찍한 전쟁을 보여준다.
예수의 시대에 로마의 핍박을 받았고 히틀러의 끔찍한 학살을 겪었던 유대 민족이 지금은 가자지구의 무슬림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 근본주의가 일으키는 잔인한 비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믿음만이 옳고, 나의 법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근본주의가 있는 한 이 세상에 공존, 상생은 자리잡기 힘들다. 옳고 그름을 다투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메세지를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