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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 Aug 23. 2024

출퇴근 동지들끼리는 봐주기로 해요

사람인께 글제, 오죽허면 글겄냐

전철안에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옆사람에게 어깨를 부딛치다가 깨서 이 글을 쓴다.


출톼근길에 전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책이나 신문을 읽으려 한다. 그러다가 졸음이 쏟아져 꾸벅꾸벅 조는 경우도 많다. 오늘도 그런 경우. 잠에서 깨어나며 옆 사람엑 기대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다가 어제 퇴근길 전철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키 큰 청년이 떠올랐다.


피곤한 출퇴근 길에 옆사람이 졸며 살짝 기대는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어제는 지속적이고 반복젓으로 로 내 어깨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정도로 부딪쳐 왔다. 내 쪽으로만 그러나 봤더니 다행히(?) 반대편으로도 부딛쳤다. 조금 졸다 말겠지 했는데 전날 잠을 못 잤는지 시간이 길어졌고 신경이 쓰여 책 읽는데 방해가 될 정도였다. 흔들어 깨울까 하다가 놔뒀고 내릴 때까지 불편했다.


부딪침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도 오늘 마찬가지로 옆 사람(젊은 여자분이었다. 참고로 나는 아재다)에게 불쾌감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아의 책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글이 생각난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배신을 당하고 난 작가의 아버지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사람인께 글제, 오죽허먼 글것냐”

어제 그 청년도 ‘오죽하면’ 그렇게 심하게 부딪칠 정도로  졸았을 것인가. 무엇때문에 그 청년이 전날 잠을 적게 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오죽 피곤하면 그렇게 졸았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제목의 유사성이 있는 티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서울 근교 도시에서 전철을 타고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뤄졌다. (한편당 거의 십분은 전철타고 출퇴근하는 장면이었던 것 처럼 느껴졌다^^)


요즘 거의 두 시간의 편도 출퇴근 시간중 한시간 이상을 전철에서 보낸다. 이따금 주위를 둘러보면 다 피곤한 표정이다. 요즘 같은 폭염시기에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전철 출퇴근 동지들.


우리 복잡한 전철을 타고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동지들끼리 졸다가 어깨를 부딪치는 것 정도는 “오죽하면”으로 봐주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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