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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추어리 Feb 28. 2024

일자리 검표원

있잖아, 아닌데

틀림없는 곳이 있을까


일자리는 돈을 주고 앉는 자리가 아니어서 맞고 틀린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맞는 것 같은 자리도 있고 영 틀린 것 같은 자리도 있는 것이다


낯선 색의 지하철을 타면 날마다 자리가 있고 없고 한다 매일 서서 갔으면 모를텐데 그래도 적절한 때 앉아본 적이 있어서 난 자리를 안다

난 자리를 모르는데


검표원은 내가 일자리에 있을때나 없을때나 불쑥 불쑥 찾아온다 어차피 검표원도 난데 일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다 그것도 신의성실하게


검표원은 어둠속에서 속삭인다 내가 선 자리가 영 틀린 한 가운데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꾹 지키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틀린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검표원의 의심을 받고 맞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포근한 어둠속에서 숙면을 취한다면?


내가 틀린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떠나지 않고 있다고 하면 검표원은 어떤 처벌을 내리나 똑같이 일하고도 생으로 따지면 무임승차쯤이나 되는 걸까


검표원은 말한다

그게 아니라요 계속 ‘있잖아, 아닌데’ 그 혼잣말이 시끄러워서 단속을 나오는 겁니다 맞고 틀리고 때문에 오는 게 아니라요 왜 자꾸 일을 만듭니까 나도 쉬고 싶어요


틀리지 않았다고 해주어서 조금은 싱글벙글 화가 난다 바보처럼


그러면요,

아닌데, 있잖아요,

어디에 있으면 틀림없어질까요

당신이 조용해질까요


일자리는 돈을 받고 있는 자리라서 맞고 틀리고가 없는 것에는 틀림없지만 똑같은 어둠 가운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자와 혼잣말을 하는 자가 나뉘고


나는 일을 하고도 또 일을 하는 검표원이 되어서 수색한다

동굴같고 절벽같고 먼나라 하늘같은 깊은 마음을

길잃은 아이의 정전기난 머리칼처럼 허공에서 춤을 추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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