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로 인해 개막이 미뤄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오는 5일과 8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했다. 각 구단은 텅 빈 관중석 열기를 채워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스포츠계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고 있을까?
KBO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엠블렘을 제시했다
최근 전 세계 최초로 프로야구를 개막한 타이완 리그에서는 마네킹 관중이 등장했다. 무관중 경기가 열리면서 라쿠텐 구단이 짜낸 아이디어다.마네킹 관중 뒤엔 로봇 응원단이 드럼을 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마네킹과 로봇이 당분간 관중석을 지킬 예정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통상적인 스포츠 이벤트 기사의 80% 이상이 경기 내용과 선수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최근에는 스포츠 이벤트 기획 운영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점이다. 코로나19사태가 기자들을 스포츠 이벤트 운영에 관심을 두도록 만들었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다수 협회, 구단 들이 관중 없는 경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로 벤치마킹하면서 코로나 정국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부터 K리그와 KBO양 리그를 중심으로 어떤 활동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보자.
먼저 K리그 활동을 살펴보겠다.
- 4월 29일 대전하나시티즌 VS 청주FC 연습경기
4월 29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펼쳐진 양 팀 간 경기에 장내 아나운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스피커를 통해 선수소개는 물론 응원 분위기를 유도했다. 경기장에서는 팬들의 응원 함성을 효과로 사용했다. 과거 팬들의 응원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서 음성을 추출한 것이다.
K리그 경기에서 경기 중 스피커 사용은 금지되었지만 무관중 경기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심판 재량에 따라 음량을 조정할 수 있다.
- 5월 8일 전북 현대 VS 수원 삼성
5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전북은 팬들의 함성을 대신할 응원 메시지를 받아 관중석에 배치하기로 했다.5월 6일까지 구단에 도착한 응원 현수막이나 피켓을 관중석 대신 걸어놓는 형태다.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팬들이 실물 입간판을 제작, 관중석에 설치해 화제를 모았던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w2joDd-KPgA
코로나19 극복 대형 카드섹션도 눈길을 끌었다. 전북은 코로나를 극복하고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미에서 #C_U_SOON과 STAYSTRONG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 5월 10일 포항 스틸러스 VS 대구FC
5월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포항 구단은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90분 내내 환호와 탄식 등 관중 함성으로 운동장을 덮어서 분위기를 달궜다.포항은 이날 경기를 위해 응원가, 박수 소리, 함성, 야유, 탄식 등 10가지 음향효과를 준비했다.구단 서포터에게 실제 응원 소리 녹음 파일을 받았고, 내부 연습경기에서 실험까지 거쳤다. BBC는 응원 소리 녹음 파일 재생이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5월 중순 리그를 재개한 독일 분데스리가도 음향 효과를 추가했다. 관중석에는 응원 현수막이 걸렸다.
- 5월 16일 안산 그리너스FC VS 수원FC
5월 16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안산은관중석 안쪽을 어린이 팬들의 자화상이 담긴 '그림 서포터즈'로 채웠다. 아이들 표정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선수들이 느낄 감정은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 5월 16일 대구FC VS 포항 스틸러스
5월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대구FC는 시민들의 소원과 선수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가 적힌 1만 개의 깃발을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에 꽂았다.
대구FC는 아프리카TV 연계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아프리카TV에서 리포터, 치어리더와 소통하면서 경기를 중계했다. "이번 시즌 첫 골은 누가 넣을까?"와 같은 이벤트와 치어리더 공연도 함께 진행했다.
TV 화면에 대구FC 마스코트인 빅토와 리카가 잡힌 모습을 찍어서 리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대구FC는 5월 22일(금)부터 대구FC 온라인 쇼핑몰에서 집관 응원도구 세트를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 5월 17일 수원 삼성 VS 울산 현대
5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 역시 음향효과를 최대한 살렸다. 90분 내내 환호와 탄식 등 관중 함성으로 운동장을 덮어서 분위기를 달궜다.특히 수원 삼성은 선수들의 연습 경기 때 스피커로 함성을 틀어준 뒤, 음량의 크기뿐 아니라 프리킥, 코너킥, 골, 상대 반칙 등 각 상황에 맞도록 효과음을 배치했다.관중석에는 마스코트 아길레온과 팬들이 보내온 플랜카드를 비치했다.
- 5월 17일 FC서울 VS 광주FC
5월 17일 FC서울은 무관중 경기에 따라 빈 경기장을 메우기 위해 약 30개 마네킹을 설치했다. 그런데 해당 마케팅이 리얼돌(성인용품)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영국 BBC는 "일부 인형들은 성적 사이트 광고하는 표지 들어...", 영국 가디언은 "일부 마네킹은 성관계 인형에 가까워 역효과", 독일 빌트지는 "한국 클럽, 성적 인형으로 경기장 가득 채워"라고 헤드라인을 걸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문 축구클럽이 낳은 리얼돌 해프닝은 전 세계적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나온 결과로 FC서울을 넘어 K리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았다.
다음은 KBO 활동을 살펴보겠다.
- SK와이번스
5월 5일 SK와이번스는 한화와 KBO리그 개막전 경기를 무관중으로 개최했다. SK와이번스는 용돈을 모아 마스크를 산 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노준표 어린이를 개막전 시구자로 초청했다. SK행복드림구장 외야석에는 마스크를 쓴 팬들의 사진과 무관중을 의미하는 ‘무우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이 관중을 대신했다.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 “팬 여러분, 기다리고 있어요” 등 구단 측이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팬들의 사진이 담긴 인쇄물들이 응원석 곳곳에 배치했다.
전 세계 주요 외신 기자들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막하는 KBO 리그 취재를 위해 인천에 몰렸다. AP통신, APTV, 블룸버그통신, 게티이미지(이상 미국) 펜타프레스(글로벌) AFP통신(프랑스) 로이터통신, 로이터TV(영국) 알자지라(중동) CNA, 니혼TV 등이 마스크를 쓰고 야구장을 찾아 한국의 개막전 준비 상황과 관중 없이 치러지는 경기 모습을 세계 각국에 전달했다.
- KT위즈
5월 5일 KT위즈는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비접촉 시구를 진행했다. KT 팬 이라온(8)군은 선수와 접촉을 피하고자 투명 워킹볼 안에 들어간 뒤 직접 굴려 마운드에서 타석으로 향했다.
1루 쪽 응원석에 설치된 LED 스크린(400인치)을 통해 비대면 Live 응원전을 진행했다. 약 300명의 팬이 참여했다. 스크린 왼쪽에는 김주일 단장 등 응원단이 나서 노래와 율동을 했고 오른쪽에는 팬들이 따라 했다.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팬들이 '따로 또 같이' 응원에 동참했다.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외야석 2개 구역 500석을 '팬 사랑 유니폼'으로 채웠다. 팬들은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니폼을 산 뒤 원하는 이름과 응원 메시지를 지정하면 이 메시지가 유니폼과 함께 외야석에 진열된다. 행사 종료 후 유니폼을 산 팬들에게 다시 전달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부산 지역 결식아동들에 전달될 예정이다. 선수들의 사인도 받을 수 있다. 롯데 유니폼을 구매하면 추첨을 통해 원하는 선수 사인을 유니폼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 KIA타이거즈
기아타이거즈는 '온라인 응원'을 한다. 팬들이 TV나 모바일 중계로 집관(집에서 관람)하며 찍은 사진이나 응원 문구를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소개한다. 팬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찍은 뒤 KIA타이거즈 카카오톡 계정에 보내면 된다.
- NC다이노스
NC다이노스는 팬 사진이 들어간 사람 크기 입간판을 관중석에 채운다. 개막전에 참여할 수 없는팬들이 자신의 사진과 응원 문구를 붙인 '아바타'를 야구장에 대신 들여보내는 것이다.
입간판은 해당 팀과 3연전이 끝나면 팬에게 전달된다. 또한 선수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영상은 이닝 교대 때마다 전광판을 통해 송출된다.
NC는 팬들이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는 영상을 모아 개막 선언 영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팬과 함께 시즌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 KBO 중계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가 NC다이노스를 공식 지지하고 있어 화제다. NC다이노스 마스코트는 공룡인데 공룡 화석이 다수 발견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NC 다이노스의 연관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이상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된 스포츠 현장을 살펴보았다.
마이너스 8억 6,000만 원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2019년 낸 순손실이다. 최근 매각설이 나온 두산 베어스는 10억 정도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포츠의 현주소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이벤트가 수익을 내는 산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참에 비용을 줄이고 경기가 진행되는 데 무리가 없는 선에서 구단 운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 무관중 경기를 '비용을 아낄 기회'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큰 틀에서 관중 자체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행동이다.
각 종목을 대표하는 구단, 연맹, 협회는 스포츠가 위대한 건 스포츠 경기 자체가 아니라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커피를 매개로 한 문화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된 것처럼 스포츠도 경기 자체가 아닌 문화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경기뿐만 아니라 어떻게 팬들의 마음을 잡을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스포츠 단체는 스포츠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자산이 선수뿐만 아니라 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향후 관중이 스포츠 현장을 찾게 되더라도 방역으로 인해 스포츠 관람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원격관중(Remote Spectator)과 현장관중(field Spectator)들의 관심을 끄는 시도들이 모여 스포츠 이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팬들을 붙잡는 데 성공한 구단은 누가 될까? 스포츠 마케터로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