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이 글은 코로나19사태 이후 무관중 상황을 맞이한 스포츠 이벤트 계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왜(Why)’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논의되었기에 지금은 ‘어떻게(How)’ 살아남을 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스포츠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유수 스포츠 이벤트가 모두 중단되었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고 전 세계가 열광하던 빅리그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도 지난 3월 이후 멈춰버렸다. 코로나 방역 대책에 선방한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5월을 맞아 프로야구, 프로축구, 여자프로골프를 중심으로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했다.
종목 간 경계를 넘어 타 구단이 어떻게 대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사이좋게 벤치마킹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스포츠 산업 안에 머물러 있다면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넓히고자 이종 산업으로 주의를 돌려 보았다.
변화의 시작은 스포츠 산업 체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인식하는 건 전혀 별개 문제다.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알겠지만 그 변화가 가져올 파급력을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우선순위로 꼽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하는 것은 결국 의지에 문제다. 현시점에서 스포츠 종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판단력과 행동이다.
위기 상황이 아니면 평상시 하던 대로 움직이면 됐다. 관습은 큰 변화를 이끌지 못하지만 큰 문제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 현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방향은 바뀌었다. 지금은 가야 할 방향을 문장 형태로 명확히 바라보고 이를 다 함께 점검해 봐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새로운 관람 문화를 이끌어 가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스포츠 이벤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실체가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살펴보면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일찍 시즌이 종료된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겨울철 실내 스포츠가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수준이다.
응원가, 박수 소리, 함성, 야유, 탄식 등 음향효과로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정도가 눈에 띈다. 참고로 그동안 K리그 경기에서는 경기 중 스피커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하는 명문 구단 FC서울 리얼돌 배치 사건은 대한민국 스포츠 이벤트 역사상 지울 수 없는 해프닝을 남겼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지금부터 디지털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스타벅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례를 살펴보겠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디지털 관점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All things Digital)'이다. 스타벅스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완벽히 구현한 기업이다.
스타벅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활동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스포츠 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스타벅스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기업으로 스타벅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은 스포츠 이벤트, 콘서트, 축제, 공연과 같은 오프라인 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내재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2017년 4월 스타벅스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는 주주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환경(디지털 세대) 속에서 리테일 회사가 이기려면,
그 회사의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유일한 목적지여야만 합니다."
큰 틀에서 오프라인 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2018년 5월 스타벅스는 네슬레(Nestle)에 커피 포장 제품(Packaged coffee)판매권을 8조 원에 매각했다. 스타벅스는 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인 커피 포장제품 사업을 매각했을까?
스타벅스는 커피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커피만을 판매하는 회사라면 커피 포장 제품 역시 중요한 사업이겠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 한명 한명에게 '특별한(unique) 경험'을 제공하는 ‘대면 서비스’를 ‘업의 본질’이라고 판단하고 비관련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커피 매장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쟁자가 넘쳐나는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1등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2017년 7월 스타벅스는 머그잔, 텀블러, 포장제품 등 온라인 판매 사업을 중단했는데 이 역시 스타벅스 본질을 지키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제품과 서비스는 당장 실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대면 서비스' 강화라는 본질에 집중하고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한다. 2015년에 기술 개발비로 850만 달러를 지출했고 2016년에는 IT 인력 1,000명 새롭게 채용하였다. 2018년에는 마이크소프트(Microsoft) 출신으로 IT 경험이 풍부한 케빈 존슨을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스타벅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고객'으로부터 시작했다. 고객이 스타벅스를 체험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 고객들이 스타벅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모든 '오프라인' 경험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다시 말하지만, 스타벅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경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활용했다.
스타벅스는 아래 4가지 서비스에 집중했다.
첫째, 주문(Ordering)
둘째, 결제(Payment)
셋째, 보상(Reward)
넷째, 개인화(Personalization)
첫째, 주문(Ordering)
스타벅스 코리아는 2009년 업계 최초 선불식 충전 카드인 ‘스타벅스 카드'를 런칭했다. 2012년에는 충전 카드시스템을 '앱'으로 확대 적용했다. 2014년에는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 O2O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선보였다. 사이렌오더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주문하고 매장으로 받으러 가는 시스템이다. 2018년에는 기존 드라이브 스루를 업그레이드한 'My DT Pass'를 선보였다. 'My DT Pass'는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매장 진입 시 자동 인식을 통해 별도 결제 과정 없이 자동 결제되는 서비스이다. 2018년 7월에는 내비게이션 앱 T map과 제휴하여 사이렌 오더가 연동된 음성 주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내비게이션으로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를 검색하고 해당 내비게이션 앱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미국 스타벅스는 2015년 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포스트메이츠와 제휴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8년은 우버와 제휴를 맺고 식음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각종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이 주문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그 중심에는 스타벅스 ‘앱’이 있다.
미국 디지털 시장조사업체 ‘이 마케터’ 발표를 보면 미국 스타벅스는 2018년 5월 기준 모바일 앱 가입자 2,340만 명을 확보했다. 전 세계 고객 데이터는 스타벅스만의 가장 큰 자산으로 개인화 서비스 밑거름이 된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통해 '고객 편의'와 '빅 데이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야구팬이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프로야구 티켓 구매 방법은 2가지다.
'현장' 구매와 '온라인'구매다. 그런데 티켓 구매처가 팀별로 다르다. 2019년 프로야구를 살펴보자. 한화, KIA, 삼성, LG, KT, NC는 '티켓링크'를 통해서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두산, 키움, SK는 '인터파크'를 통해서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롯데는 별도 티켓 예매 사이트를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를 통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원정 응원’을 갈 계획이라면 상대팀 티켓 판매처를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는 MLB.com을 통해 티켓 판매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구단별로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MLB.com 내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한다. 비시즌이나 홈팀 경기가 없는 날 경기장을 둘러보는 볼파크 투어(Ballpark Tours)도 MLB.com을 통해 활성화되어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티켓뿐만 아니라 경기 관련 뉴스, 굿즈(Goods)까지 MLB와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한다. MLB는 여기서 나온 수익을 구단별 매출 점유율에 따라 차등 배분하고 있다.
MLB는 2000년 1,200억 원을 투자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2003년부터 꾸준히 흑자를 보고 있다. 2013년에는 메이저리그 생중계를 중계하는 앱 ‘At Bat’을 출시했다.
2015년에는 밤테크(BATTech)를 설립해 모바일, 태블릿 PC 등 MLB 영상 콘텐츠 판매를 주도했다.
2015년 KBO는 '앱'을 출시하면서 앱을 통해 티켓 판매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통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티켓판매 시스템부터 통합해야 한다.
티켓 시스템이 통합된다면 팬들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더 이상 티켓 대행 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원정 응원을 하러 가기 위해 상대팀 티켓 판매 사이트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이다.
티켓 판매 방식도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시즌권, 15경기, 30경기, 라이벌전 시즌권까지 팬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팬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티켓 판매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티켓 구매를 원하는 팬들이 KBO 앱에 접속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KBO는 진짜 야구팬들에게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KBO는 2019년 6월 KBO market을 오픈하면서 구단별 굿즈(Goods) 판매를 통해 통합했다.
스포츠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수입원은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그리고 ‘티켓 판매’와 ‘굿즈(Goods)’ 수익이다. 이제 KBO에 남은 과제는 티켓 판매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상.
(2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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