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우 Nov 18. 2023

트렌드 코리아 2024

올해의 키워드는 DRAGON EYES이다. 역시나 어려운 영어와 신조어가 난무하는데 최대한 가볍게 설명해보자.


D -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높아졌다.

 (1)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고, (2) 사용 시간 단위를 노각 내며, (3) 여러 일을 함께 처리하고, (4) 결론부터 확인하고 일을 진행하며, (5) 실패없는 쇼핑을 원한다. 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쇼핑의 시행착오를 시간 낭비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 착용샷보다 동료 구매자들의 실제 리뷰 사진을 참고

 - 제품 상세 사진으로 소재, 원단, 마감 처리를 직접 확인

 - 구매 후기는 ‘낮은 평점’순으로 읽어가며 광고성 ‘알바 리뷰’를 걸러냄

 - 심하게 저렴한 제품은 오히려 구매하지 않음

 - 같은 제품의 사이즈와 컬러를 모두 한꺼번에 주문한 뒤 맞는 것만 남기고 환불해 실패 확률을 낮출 것

그래서 ‘믿고 사는’ 쇼핑몰은 이제 경쟁력이 된다. 현재 시장 내 가장 높은 우선 순위의 쇼핑몰들은 가성비 중심의 구성이 대부분인데 이제 그 구도가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R - 이제 AI의 기술보다 AI에게 던지는 인간의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면 평소 노력의 20% 정도만으로도 기존 결과물의 70~80% 수준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해진 역량은 남은 80%의 노력으로 인공지능이 어려워하는 20~30%의 미묘한 여백을 메꾸는 것에 달려있다. 이공지능 결과물에 대한 인간의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A -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옆집 아들의 탄생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계층 고착화라는 사회 문제의 발현일까?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에 인간의 기대상은 넘지 못할 벽을 가진 것 같다. 2003년 듀크대학에서 만들어진 “아무 노력 없이도 완벽한(effortlessly perfect)”라는 표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똑똑하고, 성적 잘 나오고, 몸매 좋고, 아름다운 데다가 인가까지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당시 여학생들에 대한 강박으로 보이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생긴 것이다. 비현실을 동경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이 그만큼 각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G -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변화하는 가격

 다아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고 해서 (1) 상품을 구매하는 시간, (2) 상품을 구매하는 채널, (3)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특성, (4)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인 옵션에 따라 가격이 변화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2024년의 새로운 트렌드라기 보다는 기존에 이미 있었던 현상 같아서.


O - 더 짧게, 더 자극적으로 변화하는 매체

 도파민(dopamine)을 파밍(farming)하는 행위를 말한다. (1) 랜덤 상황이 선사하는 재미, (2) 상식을 벗어난 엉뚱함에 대한 경험의 재미, (3)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재미, (4) 스트레스를 자초하고 해소되는 반전의 쾌감의 4가지 유형을 설명한다. 도파민은 인간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새로운 자극에만 분비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극적을 쾌락을 좇게 만든다. 세로토닌은 마음을 편히 갖고 명상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OTT를 필두로 소비자를 묶어야 하는 기업은 도파민을 강화시키고, 개인은 세로토닌을 강화하려는 대조적 움직임이 흥미롭다.


N - 권위 가장은 가고 가사 노동하는 남편의 등장

 이제 남편도 가계경제와 가사 노동의 분담이 당연해졌다. 이러한 개념의 이동으로 칼퇴 아빠가 늘고 가사 노동 제품에 테크 분야가 급부상한다. 이는 실 사용자의 변화로 인한 시장 변화로 해석된다. 이제 아내와 남편 모두 일과 가정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E - 커리어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계속된다

 N잡러가 늘면서 시작은 수익 중심의 사이드 잡이었다면 이제 그 사이드잡도 수익보다는 가치를 찾는 움직임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핵심 역량과 사업 영역을 지키면서 다양성과 유연성을 추가하여 실패 위험은 낮추고 새로운 변화의 발판을 준비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스핀오프, 대기업의 사내벤처, 브랜드의 서브 브랜드 등 사회 전반의 이러한 변화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Y - 실패 손실을 줄이기 위한 신뢰성 기반의 쇼핑몰이 뜬다.

 과거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소비라기 보다는, 나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이라는 점이 다른다. 이는 사람, 콘텐츠, 커머스 채널 자체에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이 증가함으로써 이러한 추종 자체가 하나의 의사결정 수단이 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또한 이는 시간의 가성비에도 기여를 한다.


E - 거주에 변동성이라는 개념이 추가된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거주지와 인구 개념이 바뀌고 있다. ‘생활인구’라는 개념은 실제 거주 인구 외 통근자, 통학자, 관광객 등 지역에 일정 시간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새로운 개념을 말한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추계하기 시작한 새로운 인구 모델로, 2023년부터 시행하는 ‘인구감소 지역 지원 특별법’에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다. 실제로 평일 거주 지역과 주말 거주 지역이 다른 사람이 늘고 있다. 업무는 이제 더이상 한 곳에 머물러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란 것을 코로나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여기서 숙제가 따른다. 어떻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것인가? 해당 상권과 타깃 소비자의 특서을 분석하고 여러 플레이어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 해당 지역 안에서 ‘경험 여정’을 만드는 기획자가 필요해졌다. 커뮤니티가 가진 연결성과 유연성으로 공간의 재해석이 일어나고 죽어 있던 공간이 다시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S - 돌봄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환자, 장애인, 영유아, 어린이, 고령자 등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돕는 것이 전통적 돌봄의 정의였다. 이제는 이를 넘어 정서적 돌봄과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관계 돌봄도 생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관계 돌봄이었는데 이는 ’느슨한 연대‘의 카운터 트렌드로 보여진다. 결국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하는 인간의 사회성이 드러난 부분으로 보여진다.


기존 용어가 있고 새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신조어를 만들면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는 면이 강해서 그런가. 올해도 어마어마한 신조어를 쏟아내었다. 미디어, 언론들은 이들 몇몇을 가지고 열심히 쓸테고, 시대에 뒤쳐질까 두려운 대중을 급급히 외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대한 반감이 있고, 트렌드 코리아를 몇년 접하는 동안 늘 가지는 불만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하다. 읽을거리가 많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문득 드는 질문이 트렌드 서적이 10월에 나오면 내년 10월까지 유효한 트렌드인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스토리만이 살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