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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Dec 21. 2021

아이폰과 아파트

소비자의 구매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구매한다. 구매는 자본주의 체제 내 모든 관계의 시작이며, 가장 강력한 동인 중 하나다. UX도 마찬가지다. UX 디자이너들이 고객의 경험에 그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그들이 구매 process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개들이 어떤 시점에, 어떤 동인에 의해,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궁금해하고 연구한다. 잘 팔고 싶어서다. 그래서 종종 잘 파리는 것들을 분석하기도 한다.


UX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분석한 브랜드와 제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섯 손가락 안에 애플이 항상 들어갈 것 같다. 주변에 아이폰 신모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폰 신모델을 손에 쥐고 설레어한다. 그들에게 아이폰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아이폰 구매를 아래 2가지 의미로 나눈다.


1. 아이폰 그 자체를 얻는 것 - 물건의 가치

우리 손에 쥐어지는 '아이폰' 그것이다. 트렌디한 디자인과 마감, 향상된 카메라와 반응속도, 터치감으로 중무장한 최신형 스마트폰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건에 집중한다. 우리 머릿속에 '구매 = 물리적인 획득'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 그것보다 다른 것들이 훨씬 중요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Apple, Microsoft, Amazon, Alphabet, Facebook... 이 회사들이 물건을 만들어 파는가? 우리는 저 회사로부터 무엇을 구매하는가? 미국 시가총액 Top 5 회사들이 '물건 외 가치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2. 애플 eco-system에 들어가는 것 - 물건 외 가치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폰을 구매하면서 어떤 물건 외 가치를 구매하는 것일까?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보안/사용성/확장성의 지속 확장이라는 약속을 판매한다. iOS는 가장 안전한 모바일 운영체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애플 기기와의 완벽한 호환을 통해 디지털 시너지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앱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러한 혁신은 지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감가상각 되지 않는다.


제조업 기반의 시장에 불고 있는 DX열풍, 메타버스, nft... 모두 '물건 외 가치'를 강화하거나 증명하거나 유지하는 방향에 있다. 혹자는 이러한 흐름을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나는 상당 부분 이 의견에 동의한다.


'물건 외 가치'는 구매뿐 아니라, 판매에도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아파트를 구매하고 - 보유했다가 - 판매한다. 물론 오랬동안 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젠가는 팔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싼 가격에 구매했다가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어떤 아파트가 비싸게 팔릴까? 아파트 구매도 나눠서 살펴보자.


1. 아파트 그 자체를 얻는 것 - 물건의 가치

새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잘 관리된 단지 입구부터 조경, 깔끔한 지하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을 느낄 수 있고, 내부에 들어서면 최신식 구조와 네모 반듯하게 정리된 공간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그 새 아파트다. 물론 새 아파트는 구매자에게 쾌적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판매 때에도 그럴까? 아파트는 지어진 그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낡은 아파트가 되어간다. 그리고 주변 어딘가에 또 다른 새 아파트가 등장한다. 아파트 물건의 가치는 숙명적으로 감소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왜 아파트 값은 오르는 걸까? 물건 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2. 아파트의 지리적 위치(좌표)를 얻는 것 - 물건 외 가치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우리는 물건 외에 해당 위치에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게 된다. 여기서 '위치'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이 위치는 시간과 에너지를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하는 행위를 위해 반드시 해당하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일하러 직장에 가야 하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가야 한다.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야 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에 가야 한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가 야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 가야 한다.

직장, 마트, 백화점, 공원, 병원, 학원... 이곳에 가기까지 드는 비용(시간과 육체적 노력, 경제적 비용)이 우리가 구매한 아파트의 '위치'라는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아파트의 입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위치'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 새 아파트는 점점 낡아가고 계속되는 새 아파트들이 경쟁자로 등장하지만, 대한민국의 좁은 땅 안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은 어떤 진입장벽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다. 강남에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기 때문에, 방법은 부수고 새로 짓는 방법뿐이다. 물건의 가치(아파트 그 자체)는 0이 되지만 물건 외 가치(위치)는 지속된다.




우리 모두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공급자이자 수요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구매 process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물건을 만들고, 물건을 사는 관성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그 바깥을 감싸고 있는, 어쩌면 물건 자체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에 관심을 지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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