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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Mar 02. 2021

떡상의 역설

"야, XX코인 봤어? 미쳤어, 대박이다"


아침 출근길에 카톡을 보니, 친구들과 수다방에서 XX코인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결제 쪽에서 나름 자리를 탄탄히 잡은 업체의 그 코인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겠다는 뉴스와 함께 그야말로 '떡상'중이었다. 가상화폐 앱에서 차트를 보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빨간 기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단 하루 만에 그 코인은 20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그 코인이 있는 줄도 몰랐고, 당연히 투자도 안 한 내가 봐도 가슴이 콩닥거릴 수준이었다.


"아, 저걸 어제 샀어야 했는데"

"대박 인생 역전 가능 각이었는데 ㅋㅋ"

"누군가 강남 입성했겠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상상과 수다, 그리고 저 '떡상'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카톡으로 좀 남기고 스마트폰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천만 원만 넣었으면, 몇 년 치 연봉 그냥 버는 건데..."


그리고 바로 저 생각을 털어내 버렸다. 지금 하고 있는 내 '일'이 스스로 하찮게 여겨질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 하루 이틀, 한두 시간에 내 연봉의 몇 배의 수익을 투자를 통해 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자의던 타의던 이런저런 루트로 그런 사람들의 성공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부러운 마음을 일부로 힘써서 마음 저 먼 곳으로 밀어낸다.


그들의 성공 무용담은 잠시만 방심하면, 내 일과 내가 일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의 가치를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직장생활의 현타는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에게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꼴은 보기 싫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마스크 넘어 저편에 있는 그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만약 코로나가 오기 전, 일상의 소중함을 지금의 몇 분의 일이라도 느꼈더라면, 그 일상 하루하루는 더욱 풍성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나는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코로나'급 위기가 찾아온다. 나이가 많아져서 은퇴를 해야 할 때 일수도 있고, 매출이 너무 줄어서 폐업을 해야 할 때 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일한 만큼 돈 버는 일상'이 소중해질 것 같다. 그럴 바에 평범한 지금, 그 일상의 소중함을 마음껏 즐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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