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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Aug 12. 2021

house와 home

집이란 무엇인가

요즘  챙겨보는 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김예지팀노래를 듣다가 울컥했다. 원곡은 Will Jay 부른 'house I used to call home'인데, 우리말로 하면 '내가 우리 집이라고 부르던 '  되겠다. 특색 있는 보컬과 어쿠스틱한 연주도 좋았지만 특히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노래는 아기때 거실에서 던 기억부 시작한다. 2 복도에서 첫걸음마를 떼고,  살부터는 장롱 문에 대고 키를 재고 표시한다. 숨바꼭질할  장롱에 숨고, 창문을 넘어 밤에 몰래 외출하고, 현관 아래서  키스를 하고, 실연당하고 방구석에 처박혔던  정들었던 집을 떠나는 얘기다.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던 주던  , 나를 가장  아는  , 어릴  그렇게  보였는데 떠날  되니 작게 느껴지는 집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짓고 이사 오기  8 동안 우리 집이라고 불렀던  생각났다.  집으로 이사갔던 첫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4살짜리 딸아이는 제일 처음 계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십 번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거의 실신하다시피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렇게 첫날부터 계단을 접수한 딸은 계단에서 살다시피 했다. 원숭이처럼 계단을 타고 매달려 놀고,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계단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 학교놀이를 하며 놀았다. 계단을 ‘보라 버스라고 부를 때가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결계를 치고 자기만의 판타지 세계로 들어간다는 말이어서    ,  들은 척해야 했다.


노래 가사처럼 방문에 수사로 키를 재고 표시했고(밥을 많이 먹었는데  키가 별로  크냐며 불평을 하곤 했다), 숨바꼭질할   장롱에 숨었고(장롱 바닥이 주저앉고 문이 헐거워졌다), 창문에 매달려 놀곤 했다(커튼을 잡아당겨 커튼봉까지 떨어지는 날도 부지기수). 내가 기억하는 것은 물리적인 집이 아니라  집에서 보냈던 우리의 시간, 우리의 추억이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다.



우리집을 지을  ‘어떤 집을 지을까?’ 시작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것인가?’ 바뀌어 갔다. 풍요의 경험은 때로는 결핍에서 오는데 우리의 경우 쪼들리는 예산 때문에 집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의 세례를 받았다.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 다툼과 토론 끝에 우리는 하드웨어적인 (house) 우리의 (home) 분리해낼 수 있었고 좋은 재료에 대한 욕심, 좋은 집에 대한 욕망, 옆집과의 비교에서 오는 부러움과 열등감에서 헤어 나올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도 중요하다. 딸의 말을 빌리면 옛날 집에서도 행복했고, 지금 집에서도 행복하지만 지금 집이  쾌적하고 편리해서 좋다고 한다. 분명 집이 삶의 질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집이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집은 행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는 집을 떠날 것이고, 결국 우리에게 남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house)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과 감정이 더해진 (home) 것이다. 나에옛날 우리집이 그랬듯 딸에게 우리집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두고두고 삶을 풍요롭게 하고, 힘들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


옛날 집에서
지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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