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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생각 Apr 03. 2020

불완전판매 유감

DLF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놓고 은행장들의 책임을 물어 감독당국은 중징계를 내렸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며 그 무효를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고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가처분을 받아내 연임에 성공했다. 법원은 은행장에 대한 징계권한이 금융위원회에 있는 것이고 금융감독원장에게 위임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징계에 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이 인정되었다고 하여 연임에 표를 몰아준 주주들은 과연 '불완전판매'와 관련하여 은행장들의 책임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최고경영자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디테일까지 다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벌어진 현상이 은행의 영업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창구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며 판매 드라이브를 걸어  눈앞에 보이는 실적을 만들어내도록 몰아가는 것이 연임에 목을 건 행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6년 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 지금 와서 들여다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의 구조화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 가입자에게 국채금리보다 1.2%를 더 주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팔아댔던 사건이다. 구조화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이 대한민국과 같다며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포장해 판 것이다. 결과는 작금의 DLF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DLF는 파워인컴펀드의 데자뷔인 것이다. 10년이 넘게 지나도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 영업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일 텐데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불사하며 덤벼드는 것은 윤리의식의 부재를 드러낼 뿐이다. 얼마 전 신한금융투자의 대표이사가 라임 펀드 등에 대한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과 대비된다. 금융투자회사의 고객보다 리스크 감수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은행의 고객들에게 리스크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팔아 6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연임을 찬성해댄 주주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지배주주가 없는 은행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초래한 결과이다.


불완전판매도 문제이지만 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이야기에 흥분하는 모습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당국이 '분쟁조정'을 무기로 금융회사들의 팔을 꺾어 투자자 책임을 덜어주는 모습도, 또 별 고민 없이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는 금융회사들도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파워인컴펀드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보면 '투자자 책임'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자가 나는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법원의 판례를 준거하지 않은 과도한 배상은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이다. 하물며 대법원 판례까지 나와있는 키코 분쟁에 대해 감독원이 나서서 분쟁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은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책임을 지는 것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추는 법과 상식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면 발전이 없다. 10년 후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려면 시장참여자나 감독당국이나 각자의 책임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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