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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Jun 24. 2020

우울에 빠지기 전에 나를 건져올려줬으면

*주의: 읽고 나서 우울이 옮을 수 있음


일터에서 내가 쓰는 글과 나의 실제 삶은 종종 불일치했다. 긍정이 잠시 다녀갈 때에 재빠르게 휘갈긴 글들, 혹은 일로써 꾸역꾸역 써낸 글들. 잠시나마 괜찮은 사람이 되어 써낸 글들. 자아가 분리되는 기분으로 잘도 써냈다. 그것이 계속되다보니 어떤 것이  모습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렇게까지 달라도 되는 걸까.

눈앞에 놓인 일을 정신없이 쳐내다가도,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와르르 주저앉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최소한의 일만 겨우 해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황소같은 추진력도 없이. 시들어가는 화초마냥 하루하루를 지냈다. 이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프로를 확신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먹고 자는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렇게 저녁이 돌아오고, 아침이 밝고,  주를 보내고, 2년을 채웠다.

최근에 만나기 시작한 사람은 나를 많이 궁금해했다.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요즘 부쩍 우울이 잠식한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싫어하는   추릴  있는데. 그렇게 소거법을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것만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부정적인 사람인  들통날까 두려웠다.

그렇게 자주 우울에 빠져보니, 문득 감정을 위한 ai 개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알아채는 ai 있어서,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분을 파악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알아서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 기술이라도, 우울에 빠지기 전에 나를 건져올려줬으면.

우울할 때가 됐네, 치킨을 주문해주자!’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자!’
오늘 혈당이 낮네, 군것질거리 배송시켜!’

아무튼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보다 우울증 진단검사를 해봤다. 서너 개의 자가 테스트 링크를 모두 마쳤다. 심한 우울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정말 정신과를 찾아가봐야 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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