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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Feb 02. 2021

이직, 그게 뭐라고(1)

조금 짠한 직장인의 이직 준비 여정

사실 작년 내내 이직을 하려고 했었다. "하려고 했었"지만, 잘 안됐다. 일단 이직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뭣보다 월급. 월급을 밀려서 받았다. 코로나가 가장 큰 원인일 테고, 다른 여러 사정들 때문에 그렇게 돼 버렸다. 그런 지는 이제 벌써 거의 1년이다.


처음에는 회사에 화가 났다.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월급날'의 의미가 무색해졌었다. (, 다행히 지금은 나아졌습니다..)


월급날은 안 돌아오는데, 월셋날은 무섭게도 돌아왔다. 대출이자 날, 학자금 갚는 날, 공과금 내는 날, 카드값 이체 날, 친구들 생일날, 뭔 날들이 이렇게 많은지. 정말 지금 당장의 생활비가 빠듯했고, 저축은 꿈도 못 꿨다. 뭐 이런 고민을 이 나이 먹고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스스로가 한심했다가, 나 자신이 짠했다.


작년부터 독립을 한 터라 정말 비빌 언덕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었다. 혼자 힘으로 벌어먹고 사는 거, 딸린 식구라고는 화분 세 개가 전분데 이렇게 어렵다니. 그런데도 나는 이 못난 회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니. 한탄을 하자면 밑도 끝도 없었다.


흔들흔들 반짝이는 서울 야경은 얄궂게도 예쁘다


어느 날은 질질 울다가, 그래도 살아지는 게 신기하고 스스로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눈물이 쏙 들어갔다. 이거 엄청 큰일인 것 같은데 당장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구나 싶어서. 주식으로 있는 돈 없는 돈을 몽땅 날린 것도, 누구한테 돈을 떼인 것도 아니고, 그냥 한두 달 치 월급 밀린 걸로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눈물을 쏟아내는 게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시간이 약인가.


한동안은 정말이지 '차라리 날 잘라라. 그러면 실업급여라도 받을 텐데.'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도리어 회사가 짠하게 느껴졌다. 다 포기하고 파산, 도산 신고하면 되는데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다고 직원들 붙잡고 가는 게, 참 짠했고 고맙게도(정말?) 느껴졌다.



이력서 쓸 땐 역시 달달한 라떼가 제맛




요즘은 다시 열심히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첫 직장에서 한 일부터, 최근까지의 업무들을 모아 얼개를 짰다. 유튜브로 전문가들 영상을 보면서 경력기술서를 여러번 고쳤다.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퇴근하고 이력서 쓰는 게 쉽냐고? 아니, 쉽지 않았다. 간간이 들어오는 헤드헌터들의 제안으로 견뎠던 것 같다. ‘오, 이만하면 나 꽤 괜찮은 인재로 보이나 본데?’ 같은 생각들을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복용했다.


이직, 그게 뭐라고. 아직 이직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직할 때까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사실, 이 글을 쓰던 날도 가고 싶던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 진짜 별론가봐, 하고 눈물을 몇 방울 흘리다가 맛있는 삼선짜장을 한 그릇 시켜서 야무지게 비웠다. 조금 힘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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