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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Apr 29. 2022

불친절한 사람에게 더 친절하고 싶은 이유

미워하는 마음을 이기는 방법

이유 없이 미움을 받아본 적이 있다.

두 번째로 입사한 회사의 선배로부터.


그 선배는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왜 저런 애를 뽑았어? 성깔 있겠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돌아봤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출근으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미소도 짓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갓 취업한 나는 하늘 같던 그 선배에게

저를 언제 봤다고 그러세요?

라고 말할 순 없었다.


어색하게 하하, 웃을 뿐이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나를 향한 미움을 무시하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대하듯, 최선의 친절로 그 사람을 대하기로 했다.


사실 뭐 굳게 마음먹은 건 아니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았다. 나는 나대로.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의 태도가 바뀌었다.


선배는 똑같이 쏘아붙이지 않는 나를 보고 무안해했다. 다른 상사들 앞에선 나와 친하다는 듯 멘트를 쳤다.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진 않았으나, 적어도 내 앞에서 보이던 미움은 거두었다.



나는 이것을 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3년 전 일이었는데 갑자기 왜 털어두느냐고?


오늘 아주 오랜만에 불친절한 음식점 종업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예전의 미움받은 경험을 떠올릴 만큼.



오피스 식당가의 점심시간은 거의 전쟁인데, 음식점을 방문한 나는 종업원에게 거의 혼이 났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거의 모든 테이블이 이제 막 앉은 상태였고, 무지막지하게 바쁜 상태였다. 우리는 빈자리가 나기에 막 앉았다.


한참 뒤 나타난 종업원은 우리보다 늦게 온 테이블 주문을 먼저 받는 것이었다. 같이 간 동료가 서둘러 말했다. “저희가 먼저 왔는데 주문 먼저 넣어주실 수..”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종업원은 동료의 말을 싹둑 잘랐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들어오라 하지도 않았는데, 대기하는 거 못 봤는데 어떻게 앉았냐, 이 시간엔 메뉴를 통일하지 않으면 오래 걸리니 웬만하면 통일하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기가 찼다. 그래도 우리는 먹고 싶은 메뉴를 각각 시켰다.


종업원이 사라지기도 전에 동료는 크게 씩씩거렸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 방식을 아느냐고. 듣던 대로 정말 불친절하다고.


나는, 그러게요. 무서운 곳이다 여기.라고 이야기했다.


가만히 앉아서 프로세스를 보니 빈자리가 있더라도 종업원의 허락이 필요했다.



입장 후, 첫 멘트는 놀랍게도 “어서 오세요”가 아닌 “(들어오지 말고) “기다리세요”. 손바닥을 펴서 기다리라는 표시를 이제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 매번 했다. 놀라웠다. 이런 식당은 처음이었다.



연이어 테이블 세팅을 가져다주셨고, 다행히도 우리 메뉴는 뒤 테이블보다 먼저 나왔다.


음식은 놀라우리만치 맛있었다.



동료와 나는 첫 술부터 끝까지, 너무너무 맛있다며 이 구역 최고의 음식점으로 꼽으면서 행복하게 흡입했다.


문제의 메뉴, 그린 커리.


계산 때엔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전했다.


한 숨 돌린 종업원은 전처럼 쌀쌀맞지는 않았다. 보통의 종업원의 온도였다. 아까는 아마도 미친듯이 돌아가는 주문 때문에, 여유도 친절도 잠깐 잃어버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불친절함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끝내주게 맛있는 그린 카레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고, 기분이 조금 나아진 종업원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무리는 이렇다.

“불친절은 선한 마음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



착한 척하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맞다. 착한 척했다. 근데 이거 괜찮다.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더라. 그러니 우리 같이 착한 척해보자.


이 글은 그런 글이다.



이렇게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 뼘씩 자라나는 것 같다. 진짜다.


그러니까, 똑같이 미워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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