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니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추천을 받아서 보게 됐는데 순식간에 다 봤다. 데스노트 애니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만큼 흥미로웠다.
2. 일단 11세 이하의 아이들이 세상 행복해보이는 고아원에서 세상 자상한 보모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사실은 그 고아원이 괴물에게 갖다 바칠 인육을 위해 아이들을 키우는 농원이라는 설정이 매우 충격적이다.
3.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소름 끼치고 충격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가축일 뿐.
4. 11세 이하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설정은 복합적인 장치로 보인다. 하나는 소도 “맛있는” 연령대가 있어서 다 성장하기 전에 도축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인간의 행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인육농원이라는 설정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게끔 하는 효과도 있으니 일타쌍피의 효과를 얻는 설정인 것 같다.
5. 또 한 가지 잼있는건 농원 관리인은 “엄마” 또는 “마마”, 중간관리인은 “시스터”, 여러 농원을 총괄하는 관리인은 “그랜마”. 다 가족의 명칭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특히, 직접 아이들을 사육하는 관리인에게 “엄마”라는 명칭을 붙힌 것도 흥미롭다. 모성이라는게 본디 따뜻하고 편안하고 푸근한 것으로 인지되는데 역설적이게도 약속의 네버랜드의 “엄마”는 아이들이 “맛있는 인육”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정말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소름 끼치지 않나? 이런거 보면 뭐 공장식 사육보다야 낫지만 “동물복지”라는 것도 사실 엄청 소름 끼치는 것 같다.
6. 또 한가지.. 관리인이 되는 선택지는 “여성”에게만 주어지며 남자 아이들은 일정 나이대가 되면 무조건 “출하”된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암컷 병아리는 알도 낳고 해야하니 살려두지만 수컷 병아리는 그냥 소각해버리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는데 여기서도 그런 설정이 그대로 적용됐다.
7. 재미도 재미지만 인간이 인간보다 강한 생명체가 나타나서 가축의 지위로 떨어졌을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게 약속의 네버랜드의 백미인듯 싶다. 꽤 볼만하다.
8. 물론 일본 애니 특유의 오글거림은 있다. 그리고 일본 애니 작가들은 참 “레이”, “엠마”, “노먼” 이런 류의 정작 서양에서는 잘 쓰지 않는 영어 이름을 참 좋아하는거 같다. 데쓰노트에서도 저런 이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