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lee Apr 19. 2022

랑종


1. 고민고민 끝에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랑종”을 봤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필요하게 불쾌한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다. 스스로 불편한 영화에 대한 역치가 나름 높다고 생각하지만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장면들이 몇개 있었다. 분명한건, 곡성을 보고 많이 불편했던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3. 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면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면이 없지 않아보인다.


4.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했던 초반 시퀀스가 난 꽤 좋았다.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컬트물 특유의 꿉꿉함을 태국이라는 나라의 전경을 통해서 잔잔하게 잘 표현했다고 본다.


5. 나는 개인적으로 여태 본 공포영화 중 “엑소시스트”가 가장 무서웠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침한 기운과 서서히 사람의 목을 조여오는 듯한 공포감이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6. 그런 측면에서 보면 랑종은 적어도 내게는 오컬트 장르로서 절반 정도의 성공만 거둔 것 같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공포감은 직접적 묘사보다는 간접적 묘사와 전체적인 분위기, 암시, 심리적 압박감 등 여백이 주는 공포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엑소시스트의 경우도, 실제 퇴마의식이 이루어지는 장면이나 여주인공인 리건이 계단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장면보다는 신부가 꾸는 꿈 장면이나 리건이 악령에 빙의되는 과정에서 발작하는 장면 등이 훨씬 공포스럽게 느껴졌었다.


7. 그런 면에서 랑종의 초반부에 흐르는 음산한 분위기와 빙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밍의 변화, 그리고 CCTV 화면을 통해 드러난 밍의 기이한 행동들은 꽤 무서웠다. 그런데 퇴마의식 장면 이후의 장면들은 너무 직접적이고 고어해서 보기 불편은 했지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직접적으로 악령이 위해를 가하는 장면을 줄이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뒤흔들며 균열을 일으키는 장면들이 더 풍부하게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8. 페이크 다큐 형식은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나 싶다. 일단 화면이 너무 흔들려서 영화관에서 보면 어지럽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페이크 다큐 형식에 의한 영화의 관음증적 시각이다. 젊은 여성이 악령에 빙의되고 그 과정에서 성적으로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오컬트 장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문법이다. 다만 랑종의 경우, 다른 영화에 비해 더 불쾌한 장면들과 묘사가 있기도 했지만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한 덕에 그 불쾌감이 몇배는 가중되었다고 본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중에서는   만든 영화라고 본다. 그렇지만 곡성에는 한참 못미친다.


#랑종 #나홍진 #반종피산다나쿤 #오컬트

매거진의 이전글 새콤달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