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극단주의적 행태의 원인에 대하여 탐구한다. 저자는 극단주의를 배타성, 광신, 강요, 그리고 혐오가 결합된 결과물로 설명한다. 저자는 책의 상당부분을 미국 심리학을 비판하는데 할애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심리학은 1) 정보 중심주의-비과학적 인간관, 2) 수동적 인간관을 특징으로 하며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극단주의에 대한 설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미국 사회심리학의 엘리트 계층을 대변하는 어용 학문적 기원에 대하여 소개한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극단주의의 원인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저자는 안전에 대한 위협(실재적/정신적)의 존재, 권위주의적 성격, 그리고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엘리트의 역할에 주목한다. 이 책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극단주의”라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여기에 대한 기존 연구를 소개하고 사회심리학적 설명을 제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다만, 이 책은 다음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1) 극단주의에 대한 개념 정의
저자는 극단주의를 특정 집단들 간의 선호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종의 공간이론적 현상이라는 기존 연구의 정의에 반박하며 극단주의는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심리학 연구를 비판한다. 그러나 공간적 접근이 과연 극단주의를 설명하는데 무용한 것일까? 저자는 기존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노예제 철폐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도 극단주의자로 만든다고 비판하는데, 과연 기존 심리학 연구가 저자처럼 “극단주의”에 부정적 가치관을 결부시켜서 다루었을까? 어떤 가치나 이슈에 대하여 특정 세력이 왜 극단주의적 입장을 갖는지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가치나 이슈와 관계없이 한 사회 내 집단들의 선호가 양극단으로 향하는 현상 자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극단주의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하지 않을까? 노예제 철폐를 강하게 옹호하는 집단이 저자의 정의대로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노예제 철폐에 대한 집단 간의 극명한 입장차이가 결국 내전이라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극단주의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은 “극단주의”라는 현상이 왜 벌어지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어야 하지, 개념 정의와 기존 연구를 비판하는 지점에서부터 “극단주의”라는 단어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고 기존의 공간이론적 접근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뿐만 아니라 애당초 기존 이론에서 주장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비판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일종의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도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미국 심리학에 대한 비판
이 책의 가장 불편했던 점은 특정 학파의 이론체계를 “미국” 또는 “서구”라는 이름으로 묶고 이를 “어용학문”이라는 전제를 깔고 논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정 학문을 지역적 학문으로 정의하고 이 학문의 기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오히려 극단주의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배타성”을 가지고 논리를 펼치고 있다. 행태주의적 접근은 심리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주류이다. 주류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연구를 해왔고, 여기에 기반하여 많은 이론적 혁신과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학문적 주류라고 해도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학문적 접근법에 대한 비판은 해당 접근법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 맹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접근법이 가지고 있는 분석 틀 내에서부터 비판을 하는 내재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서구”, “어용”이라는 용어를 통해 행태주의적 접근법을 정의하고 이를 비판한다. 이는 너무도 쉬운 비판의 방법이며 쉬운 비판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결국 저자가 제시한 대안적 설명은 어떠한 이론적, 실천적 의의를 갖는가? 이러한 부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도 국가공동체 재건, 차별 철폐 등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책의 전반적인 구성
마지막으로, 이 책이 전문서가 아닌 대중서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책이 선택한 구성은 전문서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구질문을 제시하고,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주요한 개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출발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 연구를 비판하고 자신의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는 짧게나마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증거로 제시하고 이후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전형적인 학술논문/저서의 구조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전체를 100으로 보면 저자는 기존 연구를 비판하는데 50% 이상을 할애한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자신의 대안적 주장을 설명하는 부분은 아무리 많게 잡아도 10-15% 내외이다. 증거를 제시하는 부분의 비중도 매우 적다. 저자가 기왕 전형적인 학술논문/저서의 구조를 채택했다면 각 장의 내용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그 전형을 따랐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주장을 펼치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