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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월 Jan 18. 2020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2 아마두~

[1주 1권] 2020 2주 차

취향이 있어야만 제대로 인생을 즐기는 건가요?

6. 자신의 취향을 탐미하는 것이 간지가 된 시대다. 수납은 특정 브랜드 제품으로만 줄을 맞춰야 하고, 바디워시와 로션과 향수의 향기를 레이어링 하고, 노래는 나만 아는 노래를 들어줘야 ‘취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데... 사실 이런 취향 소비가 주는 간지는 2020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와인, 커피가 자신만의 고급 취향을 드러내는 데 사용되곤 했다. 물론 더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옛 귀족들은 하나부터 열 가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물건을 아예 주문제작(비스포크)했다.

취향은 어떻게 자랑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취향을 따져 물건을 산다는 것은 가격보다 자신의 취향이 우선한다는 의미다. 오롯이 취향을 위해 웃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될 수있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사람에게 취향은 사치가 되곤 하니까 말이다.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물건이나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스스로의 예민하고 까다로운 예술가적 성격도 누군가에겐 자랑하고픈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취향 중심 소비는 과소비를 부르기도 하고 강박이 되기도 한다. 행복하기 위한 취향소비를 하다 취향에 잡아 먹히는 주객전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올까 말까 밀당하는 공존 현실 세상

7. 현실과 가상현실이 공존하는 공존 현실 세상. 대표적인 공존 현실 기술은 AR기술인데, AR을 이용하면 현실 위에 가상의 세계가 얹어질 수 있다. 포켓몬 고 게임처럼 현실 공간에 있으면서 가상의 포켓몬을 잡고 다른 캐릭터(실제 이용자가 캐릭터 뒤에 있는)와 싸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반인으로서 AR 기술이 얼마나 더 진보했는지 개인적으로 체감은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AR이 가끔 유용할 때가 있다. 이케아 가구를 살 때 집에 가구가 사이즈가 맞을지 핸드폰 카메라를 대보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이다. 사실 세계 각지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존 현실 서비스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개중에는 위험한 서비스도 있었으니, 바로 딥 페이크 기술이다. 가상의 영상에 실제 인물의 이미지를 붙여 마치 그 인물이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을 교묘히 섞어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가끔은 더 진짜 같은 가짜와 만나도 당황하지 말자. 그리고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자. 앞으로 세상은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될 테니 말이다.


긁적긁적, 내가 올해 몇 살이더라

8. 나이에 맞는 삶이라는 게 흐릿해지고 있다. 9살도 유튜브 스타로서 사업가가 될 수 있고, 60살도 코딩을 배워 어플을 만들 수 있다. 2020년의 에이지리스(Ageless) 문화에는 과거 안티에이징이 유행하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 의도적으로 어려지기 위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더 이상 나이로 스스로의 삶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김삼순은 30살 노처녀라고 핍박과 무시를 받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나이 든 것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것이 촌스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도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더 이상 나이 듦을 비하하기엔 자신도 중장년 세대로서 인생의 절반을 산다. 최근 50대 여성들이 20대 여성들이 주로 입을 만한 옷을 쇼핑한다고 한다. 만화나 드라마 등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각 나이대별 이미지도 점차 수정되어야 한다.

우아하게 가난하리라

9. 우아하게 가난하기 위해서는 나의 가난한 처지를 변화시키겠다기보다는 수용하겠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력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노동이 버는 돈으로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쫓아갈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경제적 양극화 시대에 근로자는 나름대로 우아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는 충분히 소비하고 그 외에는 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하며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0년 전 중학생 때 입던 옷을 입으면서 아낀 돈으로 여름에는 동남아 지역 서핑 스쿨에 등록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택과 집중인데, 팍팍한 세상살이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10.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존’ 하기 위해 스스로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보는 시대다. 특히, 요즘 한국에서는 윤리적 소비를 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갑질을 하거나 성차별을 하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고,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는 제품을 사는 등의 활동이 윤리적 소비이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물건이 만들어지며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중고품을 구매하자는 움직임도 크게 늘었다. 더 이상 물건이 가진 가치는 그 기능성이나 디자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윤리적이었는 지도 포함하게 된다.


외롭다고 슬픈 건 아니지만, 어리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11.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일부 나라에서는 독거노인의 외로움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우울증을 막기 위해 노인과 젊은이를 짝지어 산책을 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쩍 1인 가구가 늘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의 외로움의 총량이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외로움의 반전은 노인 세대보다도 Z세대가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더 어릴수록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인 외로움은 스스로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외로울수록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느슨한 연대 속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슬픈 감정으로만 치부되면 안 될 것 같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오지 말라고 온 몸으로 거부해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니 오히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할지가 더 중요하다. 외로움이 나의 정신과 몸을 괴롭히기 전에 외로움을 건강하게 마주하는 방법을 연습을 미리미리 해야겠다.


‘라이프 트렌드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2020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사회 전반에 퍼질지 훔쳐볼 수 있었다. 11개의 주제 모두 조금씩은 2019년에 이미 움트기 시작해서 새롭지 않을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매우 흥미로운 예시와 읽기 쉬운 문체로 400쪽이 넘는 책을 읽는데 지루함이 없었다. 처음 간 길 보다 두 번째로 가는 길이 더 쉽듯이, 책을 통해 2020년 트렌드를 미리 알고 변화하는 사회에 당황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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