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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월 Jan 14. 2020

그 애는 편지로 이별을 고했다.

작은 이야기를 곁들인 노래 소개

그 애는 편지로 이별을 고했다. 얼굴을 보고 헤어지자는 말은 못 할 정도로 마음이 여렸지만, 끝맺음은 확실히 하는 단호한 성격. 그 애와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편지를 읽어 보지 않아도 그 내용을 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애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괜히 보고 싶어서 편지를 꺼내 읽었다. 내가 준 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사랑이 더 이상 남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닌데, 너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도 난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참 아끼는 성격이지만, 그 애는 내가 가져본 것 중에 가장 소중하고 애틋했다.


나는 가진 것이 많았고, 그 애는 없었다. 그 애는 항상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도 없이 살아온 그 애가 그런 다짐을 하는 게 귀여웠다. 그 애의 집은 겨울에 찬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 7살 때부터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는데, 그 해 받은 낡은 병아리 인형 때문이었다. 분명 원하는 선물이 있었는데 엉뚱한 걸 받게 돼 적잖이 실망한 모양이다. 나는 그 애가 마주할 모든 기념일을 챙겨주고 싶었다. 다신 실망스러운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아도 되도록.


나는 그 애에게 꽃을 종종 줬다. 연보라 꽃, 노란 꽃, 하얀 꽃. 빨간 꽃은 그 애의 여린 마음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애가 나에게 준 편지도 마침 연분홍이다.


난 그 애를 잊지 못할 것이다.


한겨울, 그 애 집 앞에 선 내가 눈사람이 되더라도.


이준형 - 이글루

너가 아니면 난 아무것도 보기 싫은데
어떻게 짧은 글 몇 마디로 그댈 얘기할 수 있겠어요
나는 초라해지더라도 그대 곁에 있을 테요
네 말을 수 번 되새기고 꼭꼭 씹어서 넘겨요
네가 좋아하던 노래로 내 방을 가득 채워요
그대 없는 나의 세상은 생각도 힘든걸요


눈을 감아요 그대 몰래 입맞춤할 수 있게
눈을 뜨면 난 그댈 다시 볼 수 없게 될까
눈보라가 날아들어요 그대가 뒤돌아 설 때
사랑해 눈사람이 되어도


너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
그대가 없는 세상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겠어요
나는 초라해질지언정 너와 멀어지기 싫어요
그대가 곁에 없다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네가 좋아하던 냄새로 내 방을 가득 채워요
그대 없는 나의 세상은 상상하기 싫은걸요


눈을 감아요 그대 몰래 입맞춤할 수 있게
눈을 뜨면 난 그댈 다시 볼 수 없게 될까
눈보라가 날아들어요 그대가 뒤돌아 설 때
사랑해 눈사람이 되어도

만약 우리가 영영 멀어진대도
내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예쁜 모습으로 남아주길 부탁해도 될까
나에게 남은 너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얼지 않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길 다시 한번 부탁해도 될까
만약 우리가 영영 멀어진대도
내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예쁜 모습으로 남아주길 부탁해도 될까
나에게 남은 너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얼지 않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길 다시 한번 부탁해도 될까


Illustrated by ohio (@ohio_o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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