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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Apr 17. 2022

이민진 <파친코>

PACHINKO, Min Jin Lee 지음, 미미정 옮김

PACHINKO(파친코) Min Jin Lee, 이미정 옮김


한국계 1.5세대인 재미교포 이민진이 30년 세월을 거쳐 집필한 4대에 걸친 재일교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애플 TV+에서 드라마로 방송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제1권은 고향이란 부제로 1910~1949년까지의 이야기를 싣고 있고

제2권은 조국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강력한 말이다.

- 찰스 디킨스


제1권은 이렇게 고향 이야기로 시작한다.


부산 영도,

부모,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선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부산 시장에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일본 청소년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위험에 처해진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생선 중매상으로 알려진 제주도 출신 재일 동포인 고한수였다.

고한수는 선자 엄마쯤 되는 나이였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둘은 사랑에 빠져 선자는 한수 아이를 갖게 된다.

선자가 한수한테 아이를 가졌다고 고백했을때 한수는 자신이 유부남임을 알린다.

일본에 아내와 딸이 셋 있는데다 힘센 집안에 데릴사위로 있어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부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선자 보고 현지처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선자는 왜 예전에 그런 말을 안했냐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그와 헤어진다.


당시 선자 엄마 양진은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하숙집에 평양에서 오사카로 가는 백이삭 목사가 묶고 있었다.

그는 결핵에 걸렸는데 양진이 극진히 돌봐 어느 정도 몸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연히 양진과 선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  백이삭은

자신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로 하고

선자에게 결혼을 청하고 오사카로 같이 가기로 한다.

오사카에서는 이삭 형 요셉이 그곳에 목사가 필요하다고 동생을 부른 상태였다.


오사카로 가는 짐보따리를 챙기고  떠나는 날 선자는 고한수가 선물한 금시계를 챙겼고

엄마 양진은 시어머니가 준 금반지 두 개를 건네주면서 신신당부한다.


제1권 pg 151

"꼭 팔아야 하는 일이 아니면 팔지 말 거 레이. 큰돈이 필요할 때를 생각해서 보관해두는 게 좋을 기다..... 중략........ 필요한 것만 사 쓰고 남는 동전은 깡통에 던져두면 그기 있는지도 모르고 살게 된다. 여자는 항상 저축을 해야 한데이."


제주에 조냥정신이 생각난다.

척박한 자연환경,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만일을 대비해서 적은 것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재여 넣었다가 위기에 순간에 대처하는 정신이다.

나도 성장하면서 이런 정신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싱크대에서 물을 받지 않고 수돗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는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아끼는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자꾸 신경이 쓰인다.'


백이삭과 선자는 이삭 형 요섭이 사는 오사카로 가기 위해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항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시모노세키항에는 형 이삭이 마중 나와 있었다.

형이 사는 오사카까지는 기차로 이동한다.

선자가 처음 오사카역에 도착해 본 풍경은


제1권 pg 158~159

서양식 건축물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짐승같았고,

쌩쌩 스쳐가는 자동차들은 한수가 말했던 것처럼 바퀴달린 금속황소 같아 보였다.


그들은 전차를 타고 형 요섭 부부가 사는 동네에 내린다.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 이카이노이다.


제1권 pg 160

요셉이 사는 동네는 전철 안에서 본 멋진 집들이나 풍경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동물냄새가 음식냄새는 물론 화장실 냄새보다도 더 지독하게 났다.


요셉이 말한다.

"이곳은 돼지들과 조선인들만 살 수 있는 곳이야."


이처럼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은 대부분 개돼지들과 같은 울타리 안에 기거하면서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살아야 했다.

삶은 견디는 것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파친코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선자가 낳은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

노아는 공부에 소질이 있어 '훌륭한 조선인'이라는 평을 들었고

모자수는 형편없는 학업성적과 나쁜 태도로 '나쁜 조선인'이라는 평을 들었다.

노아는 결국 재수 끝에 와세다 대학에 들어가고

모자수는 파친코 운영에 수완을 발휘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된다.


일본인으로 살고 싶었던 노아,

그를  든든하게 후원해 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이자 야쿠자라는 사실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2권 pg 124

"제 피는 조선의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이 피가 야쿠자의 피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차라리 제가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을 거예요."


부모는 자녀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 정말 가슴이 미어터질 것이다.


노아는  대학을 그만두었고 자기를 찾지 말아 달라는 편지를 보낸 후 가족과 절연한다.

그 후 그는 중학교 때 그에게 친절했던 나가노 출신 교사가  생각나서 나가노에 왔다가

그곳에서 정착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경리 일이었기에 일단은 파친코장에 취업한다.

그의 꿈은 따로 있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는 일이었다.


2권 pg 148

"고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 노아의 은밀한 꿈이었다. 노아는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립학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립학교에서는 조선인을 고용하자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법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노아는 어디서나 성실히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파친코에서 일하며 일본인 여자와 결혼도 하고

딸 셋에 아들 한 명을 둔 행복한 가정도 이뤘다.

또한 파친코의 책임도 맡게 되었다.

그러한 행복도 잠시,

한수와 선자가 노아가 사는 곳을 수소문해서 노아를 찾아가 만난 것이 화근이었을까?


2권 pg229

"전 이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이예요. 제 피 속에 흐르는 야쿠자 기질이 절 지배하는 것 같아요. 전 결코 깨끗해질 수 없어요." 노아가 소리내어 웃었다. "저주받은 피죠."


그날 노아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pg 282

노아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고, 모든 규칙을 지키며 최고가 되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적대적인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노아가 그런 잔인한 이상에 사로잡히도록 내버려 둔 것이 선자의 실수였다. 그 때문에 노아가 죽었다.


한편 모자수는 파친코에서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재단 일을 하는 하는 유미와 결혼한다.

모자수와 유미는 영어 공부를 좋아했다.

유미는 미국에 가고 싶은 꿈이 있었다.

아들 솔로몬도 태어났는데 어느 날 교통사고로 유미는 세상을 떠난다.


솔로몬은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유학 후 일본으로 돌아와 영국계 은행에서 일한다.

은행에서 자신을 칭찬하던 일본인 상사는 결국 솔로몬을 배신하고 그를 해고한다.

그때 솔로몬은 미국에서 같이 일본으로 온 애인 피비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녀와 결혼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을 택하지 않고 일본에 남기로 한다.

솔로몬은 결국  아버지가 일하는 파친코에서 일하기로 한다.

솔로몬은 아버지를 정직한 사업가로 여겼다.

모자수는 아들 솔로몬을 일본에서는 국제학교에 보냈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자기 아들을 멸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재일 동포들이 당하는 수모는 아버지인 모자수가 솔로몬의 신분증을

개목걸이에 비유하는 것으로 함축된다.


제2권 pg241

"1952년 이후에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은 열네 살 생일에 지방관청으로 가서 거주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 후로는 일본을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으면 3년마다 등록증을 갱신해야 했다."


모자수는 솔로몬의 외국인 등록증 발급을 위한 일정 절차를 마치고 직원이 다음 방에서 등록증을 가져가라고 말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2권 pg249

"개목걸이 가지러 가자." 모자수가 말했다.

솔로몬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네?"

"우리 같은 개들이  갖고 있어야 하는 거 말이야."


일제강점기에 조선에서 살기가 힘들어 또는 일본인들의 수탈에 못 견디어

결국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 재일 조선인들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힘들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 

그나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파친코에서 일하고 파친코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제2권 pg266

"매일 아침, 모자수와 직원들은 승자는 적고 패자는 많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계를 손봤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했다."


일본에서 조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온갖 멸시와 조롱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재일 동포들

1945년 조국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한반도는 다시 남북으로 쪼개지면서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 또한 민단(재일본 대한민국 민단)과 조련(재일본 조선인 연맹)으로 나뉘어야 했다.

미국에서 솔로몬과 함께 일본에 온 피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2권 pg 314

'미국에서는 강꼬꾸진(한국인)이니 조센징(조선인)이라는 게 없었어. 왜 내가 남한 사람 아니면 북한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갔고."


"왜 일본은 아직도 조선인 거주자들의 국적을 구분하려 드는 거야? 자기 나라에서 태어나 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이야.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네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왜 너희 두 사람은 아직도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가야? 정말 이상해."


1910년에 부산 영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1989년 선자 나이 73세,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선자가

오사카에 있는 남편 백이삭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에서 노아 사진이 있는 열쇠고리를  묘석 아래쪽에 구덩이를 파묻은 후 경희(선자의 손위 동서) 기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하니까. 


작가는 어렸을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이민 1.5세대이다. 

마침 일본인계 미국인과 결혼하고 남편이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 일본에서 4년간 생활하면서 다양한 취재와 연구를 통해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말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힘든 삶을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이 1989년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후 재일동포에 대한 제도가 많이 좋아졌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에는 외국인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외국인 차별법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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