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 모임에서 굉장히 좋은 책이라는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였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출신 작가이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아마존 수비 대원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해 페루 군부가 조직 운영했던 특별봉사대(#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을 위한 특별봉사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판탈레온은 군부 명령을 받고 이 봉사대를 조직하고 운영했던 육군 대위이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존재하는데
이 이야기도 페루 군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며
판탈레온 대위 역시 실존 인물이다.
이 책은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한 판탈레온이 다음 복무지가 어디 일지를 상상하며
출근 준비를 하는 군인 부부의 행복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대위로 승급한 판탈레온에게 비밀을 요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다문 입에는 파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가 함구하며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
pg 17
"간단하게 말하자면, 밀림에 주둔한 군대가 그 지역 여자들을 겁탈하고 다닌다네." 티그레 장군은 숨을 들이쉬더니 눈을 깜빡거리고는 헛기침을 한다. "곳곳에서 강간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 빌어먹을 놈들을 모두 재판에 회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네. 아마존 전체가 야단에 떨며 분노하고 있어."
아마존 수비 대원들이 근처 마을에 있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온갖 못된 짓들을 하는 바람에 지역 민원이 쏟아져 군부에서 골치 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
그 대책으로 비밀리에 봉사대를 운영하라는 임무였다.
합법적인 매춘부 운영이다.
가족도 몰라야 하고 사복을 입고 일반인처럼 행동해야 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까지 군인이고 맡겨진 일에 충성을 다하는 판탈레온은 사전 조사를 치밀하게 준비하여 봉사대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
네 명으로 시작한 봉사자는 여섯 명으로, 여덟 명으로, 열 명으로, 스무 명으로 점점 인원이 증원된다.
그곳은 판티랜드로 유명해지고 봉사자를 뽑는다는 소문이 나면 여기저기서 희망자들이 몰려온다.
지원자들 가운데 적격자를 선발하는 일은 전적으로 판탈레온이 담당한다.
봉사자를 뽑는 기준 또한 바뀌어 간다.
pg 148
"게다가 특별봉사대의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네." 판토하 대위는 문서를 다 읽더니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면서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지금까지 나는 기능적인 요인에 바탕을 두고 인력을 선발했어. 오로지 능률의 문지였지. 이제는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요인이 고려될 거야."
그때 #올가라는 '미스 브라질'로 알려진 여자가 등장한다.
올가의 등장은 특별봉사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올가는 판탈레온의 공공연한 애인이 된다.
그로 인한 특혜도 주어진다.
어느 날 지역 주민 일곱 명이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봉사대원을 태우고 가던 배를 습격하여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른바 #나우타 살인사건이다.
그 사건 희생자가 바로 올가였다.
올가의 장례식에 군 호위병들이 등장하고 매춘 사업가로 알려진 판탈레온이 장례식장에서 장교복을 입고 추모사를 하는 바람에 봉사대 역할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봉사대가 군 병사들을 위한 위안부이며
육군 대위인 판탈레온이 운영을 했다는 것이.
이로 인해 판탈레온은 스카비노 장군한테 심한 질책을 받는다.
pg 341
"장교가 뚜쟁이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는 게 귀관의 의무인가, 판토하?"
결국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판탈레온의 아내 포차는 딸을 데리고 리마로 떠나버린다.
군부는 그 책임을 판탈레온 개인에게 전가시킨다.
판탈레온은 이 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계급 강등에 불명예 퇴역할 처지에 놓인다.
pg 370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네. 이제 우리도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는 건 질색이고, 자네의 이전 경력이 워낙 좋기 때문이네." 티그레 코야소스 장군은 담배를 피우더니 기침을 한다.
결국 그는 이키토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부임한다.
아마존 정글과는 정 반대되는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고산지대로.
사람들이 그 유명한 판토하 대위 존재를 잊도록 일 년 동안 하루도 그 부임지를 비우지 말라는 조건과 함께.
이 소설에는 부패한 언론도 등장한다.
라디오 아마존에서 오후 6시부터 30분간 진행되는 <신치의 소리> 진행자 신치기자이다.
그는 판탈레온을 찾아와 거래를 제안한다.
pg165
"내 방송은 재판관이나 경찰관을 비롯해 부부관계도 가차 없이 무너뜨립니다. 내가 공격하는 것은 무엇이든 산산조각이 나고 말지요. 나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특별봉사대와 그 뒤에 있는 수뇌부를 라디오에서 지켜줄 용의가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커다란 전투를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판토하 씨."
그러나 그는 방송을 통해 모든 것을 까발린다.
이 책은 대화가 이어지는가 하면
군대 내에서 오고 갔던 보고서가 중간중간 나오고
방송 프로그램이 그대로 전달되는가 하면
신문기사가 나오는 등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등장한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끝까지 흐르지 않고
다른 이야기들이 문단마다 끼어드는 형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갔다.
단순함을 피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인 것 같다.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다.
그 웃음 뒤에는 쓰라림과 비애가 있는 작품이다.
이를 두고 블랙 유머라고 한다지.
이 책을 번역한 송병선 씨는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pg 384
여기서 군부는 매음굴이고 장성급과 영관급은 관리인이며, 하급 장교들은 뚜쟁이나 기둥서방이고, 병사들은 매음굴을 드나드는 사내들이며, 창녀들은 엘리트 집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마리오바르가스요사 #판탈레온과특별봉사대 #노벨문학상 #아마존국경수비대 #티티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