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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Nov 07. 2020

내 인생의 범주 : その他(기타)

2010년도에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했었다. 물론 나는 보지 않았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때 쯤 이었던 것 같다. '개취'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 되었된 시기가.

그러면서 당시 중3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개취', '취존(취향존중)'이라는 단어를 귀가 아프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뭐만하면 '개취', '취존'이라고하면서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시켰던 친구들을 보면서 16살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세상 말세다.'

그렇게 세상 말세인 줄 알았던 2010년이 훌쩍지나 이제 개인의 취향 혹은 개성 존중을 넘어 그것이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트렌드를 조사하는 많은 기관들은 밀레니얼들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소비를 한다는 점을 자주 뽑는다. 이를 방증하듯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말들이 생기고 아이디어스(idius)처럼 개성 가득한 수공예 제품을 파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 속에 ‘개인의 취향 존중’이라는 개념을 '누구의 삶이 아닌 나만의 삶을 살아가기'라고 해석하고 삶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의 키를 잡아가기로 했다.

나는 한국에서 유년기를 싱가폴에서 청소년기를 일본과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내며 독특하게 살아왔고 나의 친구들은 내가 영어로 대화할 때는 한국어와 일본어 톤이 있다고 이야기를 듣고, 일본어를 할 때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처럼 말한다고 하며, 심지어 한국어를 할 때는 미국 사람이 한국말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3개국어를 한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나는 그 어느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0개국어자에 가깝다고 느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특징들처럼 나는 나의 문화적 정체성도 어느 한 나라에 특정되어 있지 않고 내가 주로 경험했던 4개국(한국, 싱가폴, 일본, 미국)에 걸쳐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곳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동시에 어디서도 소속감을 못 느끼는 삶을 살았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0개국어를 하고 문화적 정체성도 뚜렷하지 않은 나였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 아니 그것을 넘어서 그것이 멋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나는 충분히 다름을 존중 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되었고 군대를 전역을 앞두고 있으며 사회로 나갈 때가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이 개성 존중의 시대에 한 가지를 애타게 찾고 있다.

'개성'

하도 사회가 '개취'라고 말하면서 개성을 존중해주는 듯 했지만 그것은 우리들이 일하는 장소에서 나타나는 개념이 아닌 밀레니얼들의 소비에서만 나타나는 듯하다.

실제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자 내가 발견한 것은 획일화된 업종 선호도였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회 풍조였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9년도에 25~29세에 속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선호시 되는 직업은 국가기관과 공기업이었으며 이 두 직장을 원하는 비율은 자그마치 49.1%나 되었다. 국가기관을 선택한 사람들의 직업 만족도(23.9%)는 자영업을 제외한 중소기업(4.7%), 벤처기업(2.0%), 외국계 기업(6.9%), 전문직 기업(7.8%)의 만족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다 합친 것보다도 높았다. 이런 통계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증명된다. 내 주변에만 봐도 공무원과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또래 친구들은 많은 반면 목표가 중소기업, 벤처기업, 외국계 기업인 친구들은 거의 없다시피한다. 우리가 정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이러한 사회현상은 두가지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여 업무를 줄 수 있는 직업이 없거나

개인의 취향이 사실은 없거나

첫번째는 새로운 기업들이 생기면 생길 수록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많아진다는 가정하에 창업률을 확인하면 추측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 국내 창업률을 확인해보았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사실 창업률((신생기업 수 / 총 활동기업 수) * 100)의 유의미한 성장은 없었다. 체감상으로는 정부에서 창업을 적극지원하며 나조차도 어린나이에 창업과 스타트업에서의 업무 경험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기회는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 본 현실은 사실 그런 여건조차 숫자로는 넉넉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배달의 민족과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면서 사람들이 독특한 사내 문화,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직장내에서 실현하고 이를 통한 성공의 가능성을 보고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창업가들은 직원들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령 그들의 실제 업무 방식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지만 홍보만 그런식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저조한 벤처기업, 전문직 기업의 선호도는 단순히 좋은 기업의 부재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두번째 가정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인의 취향은 사실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개성 상실의 시대

사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개성이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와 처한 환경을 보았을 때 개성을 존중해주는 사회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는 지는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예외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20세기 후반 부터 21세기는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국경의 제한없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문화가 융합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 최대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물론 아직까지도 백인과 유대인들이 많은 권력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민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한 유럽은 어느새 다양한 민족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되었다. 이는 그들의 축구대표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 흐름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비슷한 민족으로 구성되어있는 사회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비교적 자신들의 강력한 개성을 발현하지 못하게 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화특징으로 인해 독특한 사람들은 자제하도록 만드는 사회이다.

또한 안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비교적 다양성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교육체계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고 대학 진학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러한 환경속에 있을 때 우리는 개성을 찾아가기 쉽지 않다. 우리는 사실 개취, 취존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것들을 지켜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문화 안에서 개성을 상실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개개인의 삶을 뒤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개성이 상실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 확인 할 수 있다.

개성 상실에 세상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세상이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매일 같이 취존, 개성존중을 외치고 그러기 위해 소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모른다. 우리의 개성을 정의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뚜렷한 개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부터 그저 주변에서 바라는 대로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해보고 내가 정말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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