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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Feb 01. 2021

정류장

시골길에서

가끔 시골의 좁은 길을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정말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작은 버스 정류장을 발견한다. 누가 보아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수많은 버스가 오고 가는 도시의 버스 정류장과는 다르게 그런 초라하고 조용한 버스 정류장은 항상 무엇인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모두에게 잊힌 장소처럼 그냥 무심코 지난 치는 장소가, 그 버스 정류장의 존재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우리는 삶 가운데 무심코 수많은 사람들, 장소들을 지나친다. 그 모두가 의미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바쁜 현대의 삶에 치여 의도적으로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간다.


일분일초라도 아껴야 한다는 마음에 바쁘게 움직이고 그렇게 움직이는 시간도 아까워 핸드폰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거나 공부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볼 기회들을 잃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하나도 의미 없던 길에 작은 정류장이 생김으로 누군가는 그곳을 주의 깊게 보게 되고 그 길을 지나는 나는 그 정류장을 보면서 그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토리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그 공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왔던 수많은 길과는 다르게 그 정류장과 그 풍경은 나에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시골의 정류장이 내 인생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려고 한 것은 없다. 그 정류장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을 때 그 정류장의 존재는 나에게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


우리 인생에는 그런 정류장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도시의 정류장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많은 일들을 해서 많은 동경을 받는 정류장이 아닌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거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사람들.


그 공간은 특별한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 사람들의 행위들로 특별해진다. 최소한 나 같은 한 사람의  인생에 기억된다. 나도 그런 정류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 티 나진 않지만 자신들만의 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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