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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팜비치 Mar 15. 2019

영화 <HER>

사랑에 관한 가장 파격적이고 본질적인 해석


01 우리가 사랑에게 정말 바라는 것
우선, 신선하다. 많은 영화에서 컴퓨터는 친구로, 적으로, 혹은 조력자로 등장해왔다. 그런데 ‘연인’ 컴퓨터라니, 약간의 거부감과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이 영화는 그 risky한 소재를 인간에 대한 실존적 질문으로 잘 풀어낸 듯 하다. 우리가 타인에게 바랬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단 말인가? 스킨십인가? 정서적 교감인가? 무엇이 더 본질적인 필요인가? 영화는 결국 신체보단 정신의 손을 들어준다.



02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글쎄, 영화처럼 컴퓨터가 인간의 감성까지 대체할 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 부분은 한번 멈춰 생각해볼 만 하다. "뭐가 더 예뻐?"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의 말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컴퓨터 속 누군가의 의견. 나는 아마 후자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물론 여기엔 기본적으로 “실제로 존재하나 지금 보이지 않을 뿐인”이 전제로 깔려있지만, 점차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해지지 않을지 모른다. 어떤 형태나 부피감, 질량으로 “실존”을 표현해내기엔 이 시대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시대에, 무엇이 “실존”을 결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03 사랑이라는 오해
박민규의 소설 중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게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내가 필요할거란 오해,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사실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은 다른 사랑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완벽한 듯 보이는 상대를 만나고, 행복해하다, 서로의 한계를 발견하고, 다시 혼자가 된다. 다소 독특한 상대였을 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연애의 문제들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나에맞춰져 태어난” OS와의 연애조차도 완벽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할까? 연애가 무슨 의미인가?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또다시 사랑이 끝나고, 상처와 깊은 생각에 빠진 주인공. 그는 이전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일부분은 너로 이루어져있어. 고맙다.”
결국 사랑은 오롯이 “나”의 성숙을 위한 것일지 모른다. 관계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 한계, 상처 들을 오롯이 나의 것으로 흡수하는 것. “우리”의 추억이 언젠가 “나”의 역사가 되었을 때, 우리는 아마 또다시 사랑을 찾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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