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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상 Mar 25. 2024

영겁의 시간이 내일 계속되더라도

인피니트 게임과 숙련된 자의식 사이에서

정상적 공격성을 가진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놀이터엔 선구자적 용기와 높은 기준이 통용될 수 있는 축제가 자주 열린다. 그곳에서 어떤 이는 그저 꾸며낸 자신의 자아가 겁쟁이임을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중요한 일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산업화는 이미 끝나가고 있지만, 누군가는 끝났다고 하겠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과 유사 브랜드가 공산화된 브랜딩을 감도가 높다고 착각한다. 집단적 기억은 감정을 낳기에, 이러한 수법은 합리적이라는 명목으로 현재에도 소비되고 있다. 책에서도 이미 읊조렸듯, 합리화 능력은 인간에게 축복이자 저주다.


하지만 이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때도 겸허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하든, 문화를 오염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감도와 세련을 논하는 많은 일터에서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사람들을 겪으며 문화유산이 축적된 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풍요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서로의 안녕을 위해 서명하고 시대정신을 논할 수 있는 건강함이 유독 모국의 그것과 대조되던 날엔,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이미 파편화된 기억들을 억지로 꺼내곤 했다.


나는 내가 경험한 삶의 형태가 유행이 아닌 문화적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도취했던 자아는 한낱 꿈일지도 모르지만, 진정 ‘우리’의 어원을 찾아낸 이들이 다양한 케이스로 줄거리에 등장해 안부를 묻는 듯했다. 이들은 다시금 용기와 진실성,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화두로 건넸다.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신뢰의 관계는 얼마나 멋진 일을 가능하게 할까? 고객도 없고, 성공도 없는 그저 사고 없이 무난히 끝나는 프로젝트만 바라는 집단은 영원히 모를 일이다.


어설픈 특권의식의 함정은 스스로를 피해자처럼 여기게 한다. 정해진 길, 주어진 상황을 잘 따랐을 뿐인데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되물어도 답은 이미 질문을 피해 갔겠지만 말이다.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끊임없이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모호한 머릿속 개념들을 눈앞에 꺼내고 싶고, 공통의 이상을 추구하는 집단이 성취할 수 있는 목표와 그 결과가 궁금해졌다.


불현듯 책을 마치며, 구본형 작가님의 어떤 책과 서문이 떠올라 낮에도 꿈을 꾸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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