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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Jul 19. 2024

맘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인생이지만

퇴사한다.

이번 회사는 3년은 다닐 줄 알았는데. 의도치 않은 계기로 3년도 못 채우고 나오게 됐다.


용하다는 사주며 신점을 그렇게 봤는데, 아무도 이건 못 맞혔다.

삶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방증이다.


신도, 귀신도, 통계도 내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오로지 나만이 내 삶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얼마 전, 영화 <탈주>를 봤다.

이제훈 배우가 연기한 '임규남' 캐릭터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내 앞 길 내가 정했습니다.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내가 있는 곳은 북한이 아니니, 언제든 마음껏 실패할 자유가 있다.

근데 문제는, 너무 실패만 한다는 거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모든 계획이 다 세워져 있는데.

실제로 실행되는 건 계획한 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된다.


실패를 많이 하면 익숙해지지 않느냐고?

전혀.

무뎌질 것 같은, 반복되는 실패도 여전히 큰 상처가 된다.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인생.

실패가 반복될수록 내 존재의 가치가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퇴사를 계획하며 세운 계획들이 많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자꾸만 계획을 세우는 걸까?

100의 99는 실패하고, 패배의 아픔을 겪을 텐데.


100의 1, 그 희박한 확률의 기적을 원하는 걸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어느덧 서른이 된 지도 1년이 흘렀는데.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인생이다.


어쨌든, 내 퇴사는 결정됐다.

새로운 도전의 계획도 세웠다.

그러니 일단은 그 길을 걸어 나가볼 거다.

도중에 넘어지고, 다치고, 흉터가 남는다 해도.


희박한 확률이나마, 내게 도달할 기적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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