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고 싶었던 순간, 나를 다시 꿈꾸게 해 준 도시
사랑이었던 이가
다른 사랑을 꿈꾸며
6년의 길었던 사랑을 마침표 하던 날,
하루 종일 눈물을 쏟고 난 후
현실을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내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때
이 영화의 제목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2003년 개봉작 "냉정과 열정사이"
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 사랑했지만
사소한 오해로 헤어졌고
서로를 오랜 시간 잊지 못한 채 그리워하다
장난처럼 오갔던 약속을 기억해
10년 후 피렌체에서 재회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열정적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현실로 인해 열정이 다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
냉정하게 돌아서지만
그리움으로 인해 냉정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듯이
사랑을 정의 내리는 것은
어렵고 쉬운 일이 아닌 거 같다는 느낌과
또 나의 눈을 사로잡은 건,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 피렌체였다.
수많은 예술적인 천재가 탄생하고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피렌체.
그 시대가 고스란히 담긴 매력적인 공간은
영화의 서정적인 장면과 어우러짐이 좋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두오모 성당과
웅장한 종소리
두 사람의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묵직한 첼로곡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첫 직장 생활을 힘겹게 마치고
현실 도피를 위해
나의 첫 해외여행 장소로 피렌체를 선택했다.
12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피렌체에 도착해 카메라 둘러메고
도시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골목 어디에서도 보이는 두오모 성당,
도시가 품고 있는
예술과 철학의 매력적인 이야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도시의 배경,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되면서
연구소에서 실험하면서 찌들었던 마음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미숙하고 힘들었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잔잔하게 기분 전환이 되었고
다시 나를
꿈을 꾸게 해주는 순간을 선물해 주었다.
실제 피렌체는,
영화 속 모습 보다
도시가 품고 있는 풍성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었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도시이라는 믿음아래
내 인생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피렌체 여행 이후
연구원에서
화장품 상품기획-개발과
브랜드매니저 일을 하게 되면서
10년 넘는 시간을 보냈지만
몸과 마음에 번아웃이 오는 순간마다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시 피렌체를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버텼던 거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이 시시각각 찾아오고
부대끼는 순간들이 수시로 찾아와
버티야 하는 순간들로 인해
몸과 마음에 번아웃이 찾아오게 되는데
이런 순간에는
마음에 여유도 없고 희망도 없고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 쫓을 수밖에 없는
숨 막히는 순간이 온다.
이럴 때는 완전히 주저앉기 전에
생각의 전환과 시선 확장,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과
여행과 쉼 등을 통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는 순간이 온다.
세상은 넓고 세상에는 할 일이 많다는 사실,
사람은 다양하지만
생각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없다는 사실,
내편인척
내편을 가장 한적들이 득실거린다는 사실,
그래서 나 말고는
진정으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내 생활 없이 죽어라 일해도
비위를 못 맞추면 그저 일꾼일 뿐이라는 사실을
회사 없이
나의 길을 가기로 먹은 지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피렌체를 가보려 한다.
이번에는 어떤 감정과 기운을
나에게 선물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