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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Dec 25. 2019

에이스 호텔, 이런 호텔 가봤니

포틀랜드라면  에이스 호텔

Portland Ace Hotel



포틀랜드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한 뒤 첫 번째로 한 일은 Ace hotel을 예약하는 것이었다, 포틀랜드니까, 포틀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Ace hotel에 가고 싶었다. 마약쟁이가 가득한 범죄의 거리였던 이 곳에 에이스 호텔이 들어서며 전 세계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고 그러면서 동일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금의 포틀랜드가 되었다.

사실 Ace Hotel 은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예약을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데, 처음엔 이걸 몰라 에이스 호텔 벌써 방이 없나 보다고 실망하며 다른 호텔을 예약했다가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예약에 성공하고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포틀랜드라니! 게다가 포틀랜드의 Ace Hotel이라니! 예약만으로 힙스터가 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너무 설레어 포틀랜드에서 쓰고 다닐 호피 선글라스도 샀다. (사실 포틀랜드를 다녀온 지금, 힙스터라는 용어는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다. 직접 마주한 포틀랜드는 그 작은 도시에 이 세상 저세상 힙은 다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들의 힙이라는 것은 내가 멋쟁이 선글라스를 쓰고 한껏 자유롭게 다닌다고 해도 전-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에이스 호텔 홈페이지


시애틀에서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역에서부터 길거리에 즐비 홈리스들을 지나 드디어 에이스 호텔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Ace hotel 간판
Ace Hotel 로비



힙하다는 잡지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에이스 호텔의 로비/ 지금의 에이스 호텔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앉아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콘셉트의 로비를 가진 호텔은 에이스 호텔이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의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다.



프론트 데스크 뒤에 걸려있는 액자
프론트 데스크 앞편에는 굿즈가 전시되어 있다.


에이스 호텔 프런트 데스크 뒤에는 눈길을 끄는 액자가 걸려있다.  All Races, All Sexual Orientations, All Genders, You are safe here. 지역 사회의 공동체적 수단으로, 소수자들의 쉼터로 자리잡고자하는 에이스 호텔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문구다. 미국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사회의 수용 정도를 보고 깜짝깜짝 놀는데, 포틀랜드에서 가장 크게 느꼈다. 매거진 B에 의하면 에이스 호텔도 에이스 콜더 우드와 그의 동성 연인이 시작한 사업이라고 한다. (참고로 에이스 콜더 우드는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을 세운 뒤에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1과 1/2 계단을 지나

1과 1/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로비


2층에 올라가면,




유명한, 군대 막사 같은 에이스 호텔 복도가 나타난다.

많은 후기에서 봐왔지만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내방 219호


예약한 룸은 스탠더드 백 Standard back 룸


에이스 호텔에는 공동욕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본 룸이 있는데 아무리 공동욕실이 잘되어있다고 해도 (욕실이 방 밖에 있다는 거지 사용할 땐 1인만 사용할 수 있다. 공동욕실은 대부분 비어있다는 후기를 보았다) 나는 샤워시설이 밖에 있는 건 뭔가 감당이 안당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120불 정도 더 주고 욕실을 구비한 방 중 가장 기본방인 Standard back룸을 예약했다. (standard front 방도 같은 가격에 있는데, front- back의 차이는 호텔의 앞 뒤( 앞: 전망은 있지만 시끄러움/ 뒤: 전망이 없지만 조용함) 차이라고 함)


기존 다니던 호텔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 사진으로 숱하게 보고 왔지만 여러 가지로 너무 놀랐다. 솔직히 처음엔 감성이고 뭐고 "이게 뭐 하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뷰가 리미티드 뷰라더니 아예 없다.
이게 무슨 리미티드 뷰인가, 노뷰지.


에이스호텔 Standard back room


특이하게 방안에 세면대가 있다
세면대는 이렇게 코너에 있고 거울 또한 코너를 감싸고 있다.  슬픈 눈의 멍멍이로, 당황한 당시 기분을 대신한다.
선택의 이유였던, 방안의 욕실


대형 체인호텔만 가봤지 부띠끄 호텔도 거의 가본 적이 없는지라 처음엔 이게 호텔일까 이질감도 느껴졌다. 그리고 에이스 호텔은 부띠끄 호텔과도 완전히 결을 달리하고 있는 곳이었으니-

그런데 3일 지내고 나서 돌아온  지금은? 다시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 방에 하루만 더 묵고 싶다. 보통 어느 도시든 호텔을 가면 거의 비슷한 구조일 뿐, 방 자체로 도시를 구분 지을 수는 없는데, 에이스 호텔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방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방 자체에서 너는 지금 포틀랜드에 있다!!! 고 외치고 있다. 이 곳의 모든 것은 포틀랜드 자체 제품이거나 포틀랜드를 모티브로 한 것. 로컬 문화를 완전히 방에 녹여내서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발전시키고 있는데, 이런 시도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나는 포틀랜드에 머무는 내내 밖을 돌아다니면서도 어서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한 달 일정의 마지막 날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에도, 하루만 포틀랜드에, 이 곳 에이스 호텔에 와볼까 고민했었다. 


감성 터지는 사소한 물품들 -

예술이란 나와 거리가 먼 영역이지만, 에이스 호텔에 한 달만 더 머물면 없던 예술 포텐이 터질 듯 한 기분이다. 소품 하나하나가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센스다.


호텔스럽지 않은 이상한 모포이불. 괜히 군대 막사 같단 말이 나오는게 아니다
1층 로비 자동 사진기에서 찍은 사진 - 돈 넣자마자 찍히는 건지 몰랐다. 또 찍고 싶었는데, 정신나간 쇼핑의 결과로 마지막 날 현금 5불이 없어서 사진을 못찍었다
오디오- 듣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감성이
카드키도 아니고 열쇠키, 포틀랜드 전신주를 모티브한 것이라고 함
매일 이 곳에 앉아 일기를 썼다



방에 짐을 놓고 나와 로비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호텔을 나와보니 8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지는 포틀랜드



포틀랜드 여행은 그 기대만큼이나 미국에서 방문한 도시 중  좋았는데, 아마 에이스 호텔 아니었으면 그저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너무 실망했다는 후기가 많아서 포틀랜드 호텔 중 많이 추천하는 도시에, 마크 스펜서 호텔도 염두하고 있었는데 결국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이라는 생각에 접어두었다. 정말 잘한 일이었다. 위치야 말할 것도 없고 (유명한 파웰 북스/ 메이드 인 PDX/ 블루 도넛 모두 도보거리) 호텔 자체가 도시의 상징인 것은 흔치 않기 때문에 포틀랜드를 제대로 즐기기엔 무조건 에이스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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