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프릴 Mar 10. 2020

여름의 시애틀

2주간의 여름 날씨 기록

시애틀에 2주간 머물게 되었다고 하면, 시애틀을 한 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와! 좋겠다. <여름의 시애틀> 이라니!"

참석했던 세미나의 모두 발언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 날씨 정말 좋죠?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의 시애틀을 경험하고 시애틀 이주를 결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모두 후회해요. 우리는 이 여름을 기다리면서 어둡고 긴 가을과 겨울을 보냅니다. 비가 한 달 내내 온 적도 있어요. 그러니 <시애틀의 여름>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떠나기 전, 시애틀 날씨를 구글에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사이트를 발견했다.

https://ko.weatherspark.com/y/913/미국-워싱턴-주-시애틀의-년중-평균-날씨

위 사이트에서 본 인상적인 그래프들-

(단어 선택을 보니 아마 번역사이트인 모양이다)


정말 6월과 9월 사이에 온도, 강우량, 구름 덮기 등이 확 좋아졌다가 9월이 지나면서 익스포넨셜하게 안 좋아진다. 게다가 온도, 8월의 고온이 26도라니?!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시애틀의 여름, 이토록 좋다는 시애틀의 여름, 시애틀 사람들에게 6~9월, 즉 1년 중 3~4개월 동안만 허락되었다는 이 계절. 머무는 보름의 여름 동안 시애틀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했다. 7월 중순은 날씨가 정점을 찍는 8월이 되지 않아서인지, 흐린 날과 밝은 날이 반이었다. "과연 시애틀 여름이네"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빛을 내다가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면 시애틀의 멋진 풍경들도 맥을 못 추고 어둠에 묻혔다. 이렇게 흐린 날엔, 이 정도의 흐림이라면 시애틀의 여름을 보고 반해서 이 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겨울에는 비타민 D을 과다 복용하거나 우울증 약까지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그럴만하다고 여겨졌다. 여름의 밝은 날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현지분에게 본인이 잠시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 어둠 없는 밝은 날씨에 적응되지 않아서 시애틀의 비 오는 일상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또한 공감되었다. 그만큼 시애틀이란 도시 자체가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 알 수 없는 날씨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 있는 것 같다.




7월 중순의 매력적인 시애틀 여름 날씨 기록 :)


시애틀 2일차(7/13) 맑은 날


시애틀 3일차 - 파이크플레이스마켓 (날이 좋지만 긴팔을 입어야했다. 언제나 최고기온 22도)


시애틀 4일차 - 온세상의 구름은 다 시애틀에서 만들고 있는 느낌. 구름이 해를 가리니 참 춥다. ​
시애틀 5일차- 여전한 구름/ 정말 지구의 구름은 시애틀에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헛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


시애틀 6일차- 여전한 구름. 비까지 온다. 최고기온 18도.


시애틀 7일차- 구름이 좀 물러나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옷차림은, 반팔 위에 가디건 필수. 날이 좋다고 해봤자 최고기온 22도.
시애틀 7일차
7일차-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 (1) 이쪽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시애틀 7일차-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 (2) 이쪽은 금방 비가 올듯하다. 실제로 이 곳 그린레이크에서 패달보트를 탔는데, 한쪽은 비가 오고 구름 없는 쪽은 비가 안오고 난리
시애틀 8일차 (포틀랜드가는길)- 보정한 사진 아님/ 이렇게 맑을 수가 있는가 ​
시애틀 9/10일차 (포틀랜드에서) - 날이 참 좋았다/ 이 포틀랜드 거리를 우산 쓰고 걸었을거라 생각하면 세상 을씨년스럽다.


시애틀 11일차- 쨍한 하늘
시애틀 11일차 - 이런 날은 레이니어가 보인다. 지난주엔 구름에 온통 가려있더니만 드디어 이렇게 보았다. ​
시애틀 12일차 - 날이 갑자기 또 안좋아졌다. 지난 주말의 빛나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사인이 이렇게 우중충해보일줄은/ 최고기온 무려 15도- 나도 몸살이 났다
시애틀 12일차 - 비가 부슬부슬
시애틀 12일차 - 대관람차도 이렇게 우울해보인다. 15일차 사진과 비교해보면 새삼 다른 장소같다. ​
시애틀 13일차- 다시 맑음. 구름생성소의 위상을 잃고 그림같은 구름 시전중


시애틀 13일차 - 전날 비로 하늘이 더 맑아짐/ 최고 기온은 25도


시애틀 13일차- 이런 날은 역시 레이니어 산이 보인다


시애틀 14일차- 시애틀 다운타운/ 맑음 최고기온 26도
시애틀 14일차- 밸뷰 다운타운 공원/ 날은 맑았는데 전날의 오바로 (카약2시간+ 수영 1시간) 몸이 천근만근한날/ 햇빛 없는 곳은 추워서 기모 후드를 어깨에 매거나 허리에 둘렀다


시애틀 15일차- 구름 하나 없네요 (화상각)
시애틀 15일차- 이런 날에도 카약을 타러갑니다. 시애틀 온 중에 제일 좋고 뜨거웠던 날/ 최고기온 28도.
시애틀 15일차/ 다음날이면 1달 간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날이 너무 좋아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바다 멀리 구름을 보고 있자니  천국 느낌 ​
시애틀 16일차/ 마지막 날- 비가 왔다



한여름에 시애틀 공항에 내리자마자 기모 티셔츠를 샀다는 그 말이 이해되는 날씨의 흐름이었다. 기본적으로 반팔을 입되 긴팔을 두르고 다녔는데, 비라도 오는 날에는 웬만한 긴팔로도 커버되지 않았다.

시애틀에 계속 살면 이 날씨가 그리워질 법도 하다. 흐리다가도 좋은 날은 정말 너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애틀 특유의 자유스러운 공기가 있어서 그런지 맑은 날은 한껏 자유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간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덕분인지 비 오는 날은 왠지 보헤미안 느낌이기도 하고. 시애틀 날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변덕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 그런 심리려나.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게 되는 걸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맑은 날이 많은 여름에 찾게 되어, 좋은 거 많이 하고 가서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카약 타며 노래 불러봤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