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명 기업에서 연달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목숨을 끊은 사건에 이어, 크래프톤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제기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비단 해당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3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33%)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의 종류는 ‘모욕·명예훼손’이 22%로 가장 높았고 ‘부당지시’(16%), ‘따돌림·차별’(14%), ‘폭행·폭언’(14%), ‘업무 외 강요’(12%)가 뒤를 이었다.
직장내 괴롭힘의 경우 생계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가 용기 내어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대놓고 직장내 괴롭힘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둘 만 있을 때나 카톡 등 증거가 남지 않는 방법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오래동안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입증할 증거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본 고에서는 조금이나마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상사의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인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어떤 경로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 문제 제기하기 전에 유의해야할 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킨 경우를 의미한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2019, 고용노동부) 업무상 적정 행위를 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업무상 필요성 여부는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관계법령에서 정한 내용을 토대로 판단한다. 다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상당한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봤다.
먼저 주말이나 심야시간 연락, 카카오톡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만약 주말이나 심야시간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업무 관련 내용을 지시하거나 대답을 요구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와 무관한 일을 반복 지시하는 경우는 어떨까? 만약 근로계약 체결 시 명시했던 업무와 무관한 일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지시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지시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이 가능하다.
폭언, 욕설, 험담 등 언어적 행위는 제3자에게 전파되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인정 가능하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과 별개로 형법상 모욕 내지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도 있다.
“업무가 왜 이렇게 더디냐”, “일 제대로 해라” 정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반면 업무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하는 경우나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와 같은 업무 지시와 무관한 모욕적 언어는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방법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사업장 내 신고 절차에 따라야 한다. 사내 고충처리 부서에 접수하면 된다.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신고가 가능하다. 사내 절차가 없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고용노동관서 고객지원실로 상담 후 진정제기 등을 할 수 있다.
그 밖에 피해자는 가해자와 사용자를 대상으로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민법 제756조 사용자 책임을 통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이 형법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폭행, 모욕, 명예훼손, 성추행 등을 포함한다면 형사 고소 또는 고발을 진행할 수도 있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정신질환이 생겼다면 산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다호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산재로 명시하고 있다.
녹음, 일기도 가능… 괴롭힘 증거 수집 방법
신고 이전에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가해행위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직장내 괴롭힘 가해행위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해행위 특정이 중요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해행위의 전후 상황, 구체적인 양태, 지속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라면 증거자료를 잘 수집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 자료로 채택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변 동료의 증언,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 이메일, SNS 기록이다.
다만 이러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동료들이 불이익을 걱정해 증언을 꺼릴 수 있고, 가해자가 둘만의 대화에서 가해행위를 하거나, 증거로 남는 문서보다는 말로 가해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녹음을 하는 것이 좋다.
녹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협조 없이 수집이 가능한 증거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하는 것이 불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항시 녹음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회식자리나 식사 자리 등 자주 괴롭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리 녹음을 할 것을 권한다.
자신이 쓴 기록(일기, 메모)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괴롭힘이 일어난 시간, 장소, 괴롭힘 행위, 괴롭힌 사람, 나의 대응과 당시 감정, 주변인들의 반응 등 가해행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과 진료 기록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내용에 대하여 주치의에게 알려주어 진료기록에 구체적으로 적시된다면 이 부분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초기 단계라면 선제적으로 자신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가해행위의 중단을 요구해 볼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로서 당당하게 대응하거나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부디 자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기업문화 전문뉴스 브리핑스에 기고되었습니다
[출처: briefings]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례와 기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