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증명하고 공인받는 절차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남자를 한국으로 오게 해야지 왜 네가 거길 가니. 개가 좋아하면 한국으로 오겠지. 끌려다니지 마."
누가 어디로 오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진짜' 관계라고 생각한다.
인간 본연의 감정 중 하나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의심하고 따져 물으며 '더' 사랑하는 쪽이 움직여야 하고 표현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진짜' 사랑인지 증명해내야만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국제커플 또는 장거리 커플이 겪게 되는 편견 어린 시선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편이 특히 남자가 사랑의 힘을 '증명해'줘야만 관계를 진행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잣대가 국제커플에게 엄격하게 적용된다.
상대방이 '당연히' 비행기 값을 내야지 호구 같이 니돈 주고 비행기 타서 거기까지 가는 것은 소위 바보짓이 된다. 그리고 흔한 커플들이 깨졌다가 붙었다가를 반복하지만, 국제 커플로써 맺어졌다가 깨지는 것은 '인생 낭비' 또는 '헛짓거리'라고 여기고 비난하는 태도 속에서 국제커플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렇다면 국적이 다른 동반자를 만나려면 억만장자를 만나 위자료라도 받아야 그런 편견 가득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헤어지지 말고 '백년해로' 해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는 자신을 위한 '사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현실적'인 배우자를 만나 빨리 정착하고 돈을 벌어 노후를 준비하고 '재생산'을 통해서 후대를 남기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그리고 저마다 삶의 방식이 있다. 제발 '잘 알지도' 못하는 어느 '외국'에서 온 '뜨내기'를 만나는 철없는 연애를 그 나이 되도록 하느냐는 식의 비난은 그만두자.
억울함만 토로할 수 없으니, 이제 내가 당신에게 묻겠다.
당신은 '현실적인' 한국인 남자를 만나서 '진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연애는 현실적이면서도 가치 있고 후회가 없으며 준대로 돌려받거나 준 것도 없이 많이 받는 '똑똑한' 연애인가? 그렇지 못한 타인의 연애는 바보스러운 연애인가?
그런데 왜 나는 많이 받는 당신의 삶이 행복해 보였던 적이 없을까?
단 몇 개월 만에 종결된 로맨스 관계가 있다고 하자. 그것은 큰 하자인가?
내국인 사이의 단기속성 관계는 '그럴 수 있는' 것이고, 외국인과의 단기 속성관계는 '멍청한 짓'인가? 당신의 주변에 훌륭한 조언자를 가장하여 당신이 무슨 짓을 하던, 무슨 고민을 꺼내건, 무슨 일을 벌이건, 당신을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널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수많은 국제커플들이 같은 나라, 같은 지역에서 삶을 함께 하기 위해 많은 행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비자를 받기 위해서 관계가 '진짜'인지를 증명해야 하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지인이 작성한 편지와 관계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증인이 필요하고, 서로가 나눈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고, 같이 찍은 사진은 물론 통화를 나눈 기록, 그리고 서로 다른 방에 들어가 각각의 심사관 앞에서 동일한 질문에 '동일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말 그대로 '심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매년 그 관계가 '진짜'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리뉴얼해줘야 한다. 최소 3-5년에 걸쳐서 이 과정을 반복해서 통과한다면 '공식' 관계로 국가가 인정해 준다.
사랑이라는 것은 굉장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정해 주는 관계를 위해서 우리가 '증명해 내야만'하는 것들을 전부 통과한다면 '진짜' 관계가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