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악순환을 끊기 위한 다짐
'어디서부터 어떻게 된 것일까?'
머리가 새하얗게 어지럽고, 몽롱하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숨이 갑갑하다.
위가 단단히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먹는 것마다 체한다.
그 이후 장염으로 이어진다.
작년 내내 몸이 좋지 않은 신호들을 보내왔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증상이 길어지고 심해졌다.
그리고, 또다시 위장염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자주 아팠다. 특히 소화기관이 많이 약했다. 그래도 대학생 때까지는 평범한 음식들을 잘 먹곤 했다. 하지만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16년부터 못 먹는 음식이 점점 많아졌다. 매운 것, 기름진 것, 차가운 것, 날것, 고기, 밀가루, 유제품 등 내가 사랑하던 음식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몸무게 41kg.
키 156cm에 비하면 몸무게가 매우 적게 나왔다. 작년엔 38.5kg까지 내려왔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중학생 때의 몸무게를 다시 찍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번 배탈이 나면 회복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3주가 걸렸다. 잘 소화하지 못하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오직 죽과 된장국, 계란국뿐이었다.
충분한 영양분이 들어오지 못해 몸에 에너지도 없고, 운동을 시작해도 탈이 나면 다시 도루묵이 되었다. 최근 인바디에서 측정한 골격근량은 14.1kg이었다. 표준 이하 중에서도 제일 낮은 칸에 머물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 몸이 마치 팔다리가 가느다란 실로 이어진 종이 인형 같다고 하셨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외식해야 할 상황이 되면, 내가 갈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자주 가는 곳은 죽집과 순두부집이다. 약속, 회식, 출장이 잡히거나 여행을 계획할 때면 언제나 주변의 식당과 메뉴를 샅샅이 검색해야 했다.
'이 음식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재료는 뭐가 있지?'
'여기엔 고추가 들어간 건가?'
양해를 구해야 할 때나,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루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메뉴가 매운지 사장님께 여쭤봤을 때 '안 맵다'는 대답을 듣고 안도하며 주문했다. 그런데 한 입 먹어보니 매운 기가 느껴져 먹지 못하고 밥만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국인의 '안 맵다'는 매콤한 재료를 전혀 넣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님을 톡톡히 느꼈다.)
특별한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생일날의 모습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돌돌 말아먹고, 달콤한 생일 케이크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죽집, 순두부집에 가야 했다. 기분이라도 내려고 촛불을 후~ 불고 싶어서 산 케이크는 맛만 보고 말았다. 그마저도 혹시 탈이 날까 두려웠다. 프러포즈를 받은 날도 호박죽을 먹었다. 신혼여행에도 여러 죽을 캐리어에 바리바리 챙겨갔다. 매번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 먹어야 하는 야속한 컨디션에 억울하고 속상해서 펑펑 울곤 했다.
왜 나만 그런 걸까…
아무리 내과와 한의원에서 치료받아도 호전되는 건 잠깐일 뿐, 완치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어지러움까지 생겼다.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이젠, 내 몸을 보살피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고 싶어.'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나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되었다.
건강을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계속 아픈 원인을 찾고 해결해 보자.
지금부터 시작해 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