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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하디 Nov 05. 2024

내면의 바다를 항해하는 연습

흔들리는 나를 이해하는 시간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고 수많은 생각에 잠기며,

타인의 시선과 말에 예민해진다.


내 솔직한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호기심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도

쉽사리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왜 나는 쉽게 흔들리고 지치는 걸까?




주위 사람들은 “그냥 신경 쓰지 마,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라고 조언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며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자신감과 중심이 부러웠다. 그 자리에서 돌고 돌아 지쳐버리는 나는, 스스로에게도 복잡한 실타래 같았다.


종종 ‘나 설명서’를 안다면 얼마나 쉬워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질과 성격을 알면 내 안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반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거나 더 나아가 몸이 아픈 원인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종합 심리 검사(TCI, CST, MMPI-2, 내면 아이 상처 분석)를 통해 내 마음의 지도를 그려보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상담은 음성 통화로 진행되었지만, 내면의 깊은 부분을 내보이는 과정은 떨리고 낯설었다. 하지만 심리상담사와의 대화를 나누며, 숨어있던 감정과 생각을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성격 특성과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듣고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찾았다.





끝없이 요동치는 내면 들여다보기

내 안에서는 ‘액셀’과 ‘브레이크’가 늘 부딪힌다. 가령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 글을 작성하고 싶은 마음이 종종 샘솟지만, 내가 설정한 완성 기준에 못 미치진 않을까 걱정하고,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시작이 무거워진다. 이렇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와, 방어 기제가 계속 충돌한다. 결국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 미련이 강하게 남고 때론 후회하는 마음이 자라나기도 한다.


TCI 분석에 따르면, 나는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이 강해, 세상에 경험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그런데 동시에 위험 회피 성향도 매우 높아서 새로운 도전 앞에 설 때마다 마음속 경고등이 어김없이 켜진다. 작은 실패나 예상되는 위험 요소가 크게 느껴지고, 그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중간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선택 앞에서 혼란과 주저함이 생기는 이유였다.


또한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이를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하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타인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일상적 상황은 물론, 회의와 같은 업무 중에도 상대의 표정과 말투 같은 시각적・청각적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모으고 분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쉽게 긴장하고, 누군가의 말이나 표정이 마음에 오래 남아 반복해서 떠오르기도 한다. 타인의 반응을 곱씹고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때로는 그것이 내 감정을 압도해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불편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면, 며칠간 그의 언행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그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몸이 긴장하고 소화하지 못하기도 한다.






흔들리는 순간, 나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연습하기

이처럼 복잡한 기질이 얽히면서 종종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타인의 시선과 감정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내 욕구와 의견을 억누르고 소홀히 하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결정할 때면 타인의 반응을 살피며 주저했다. 


역시 심리 검사 결과에서도 자율성이 유독 낮게 나왔다. 자율성은 자신이 선택한 목표와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를 조절하는 특성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못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불안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몸에서 경고등이 켜지듯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모두 자극을 받아 대사 질환으로 이어진다. 숨이 차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점점 어지러워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를 개선할 방법이 있다. 안 될 것 같고 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 자신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걱정했던 대로 일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과거를 되돌아보면 매번 실패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내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때때로 나는 내 장점과 한계를 모두 인정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소한 실수와 잘못을 했을 때 모질게 자책하곤 한다. 심리상담사는 내 안에 사감 선생님이 있다고 하셨다. 항상 내가 잘 하는지 하지 못하는지 감시하고, 그러지 못하면 엄격하게 질책하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 그러니 숨이 막힐 수밖에. 이럴 때는 불필요한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나를 격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도 이것밖에 못 했네.”

“거봐 내가 못 할 줄 알았어.”

“난 능력이 없어.”

나를 깎아내리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이 정도면 충분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볼까?”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전적으로 나를 응원하자.






풀기 어려운 문제 같았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소화불량과 몸의 긴장감이 단순한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 내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다정히 대하는 방법을 더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질이 있든 나 자신과 타인을 수용하는 능력을 높이면, 나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자극 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모두 높은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요소가 높게 나온 사람들 중에서 오감과 통찰력, 센스가 발달하고 예술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복잡한 내면을 다루는 것은 아직 쉽지 않지만, 자율성을 높이고 불안을 다스리는 작은 연습을 통해 조금씩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충돌할 때면, 두 마음을 모두 수용하고 조금씩 나아가는 자신을 격려하려 한다. 또한, 타인의 말에 흔들릴 때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감정이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를 차분히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면 건강한 삶의 방향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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