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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사라진 글로벌 진출, 그리고 퇴사

삶이 달라진 사람들 ▶

약 2년 전인 2020년 2월은,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나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결정으로.. 

공들였던 미래의 준비를 모두 접어야 했던 날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지속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메디컬팀에서의 역할을 확장하며, 나는 아시아 7개국의 메디컬팀을 리드해야하는 경험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APAC의 수장은 나에게 주요 프로젝트들을 한국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2020년에는 상반기중으로 아시아본부가 있던 싱가포르로의 이동을 고려할 수 있도록 멘토링해주고, 상황을 공유해주며, 나의 역할을 독려해 주셨다. 



아내의 직장과 커리어, 싱가포르에서 한국인의 삶을 살게 될 아이의 미래, 우리의 거주지, 또 싱가포르 이후의 다음 커리어 계획등을 아내와 논의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나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 판데믹.

온 세상이 겪는 위기 앞에 싱가포르로의 이동시점은 결정되지 않았고, 많은 임상시험들과 파이프라인 계획, 그리고 외부활동이 위축되었다.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나에게 부여된 APAC에서의 역할은 한국에 앉아 제한적으로 수행하였고, 한국에서의 업무도 병행해야하는 상황에서, APAC 메디컬팀의 수장은 결국 나의 글로벌 진출을 결정해줄 수는 없었고, 관련된 프로젝트들도 결국 모두 중단되었다. 


아내는 다시 회사에 복직하였고, 아이는 그렇게 한국의 초등학교에 진학하여, 다른 아이들과 같이 줌수업이 아주 당연한 시대를 살며, 우리 가족은 지극히 평범(?)한 한국 코로나를 겪어내고 있다. 





2020년 말, 

나는 4년간 근무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성과와 리더쉽을 믿으며, 언젠가 코로나가 토착화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APAC이나 글로벌 본사에서 더 많은 경험과 성장을 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다음을 기다리며, 소위 "존버"하지는 않았다. 


4년간의 시간 동안, 나는 충분히 조직을 위해 내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했고, 또 다시 5년, 6년차.. 비대면 근무체계로 크게 다르지 않을 업무들을 이어 간다는 것이 내 인생에 새로운 경험과 의미있는 도전을 줄 수 없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잠시 휴식을 갖는 동안, 다행히도, 나의 전공분야와 기술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에 합류하여, 다시 1년이 지나고 있다. 


어느 순간에는 나의 성장보다는 나의 경험을 베풀어야 하는 시점이 올텐데, 

아직은 많이 모자르기에, 종종 지난 2년 동안 만약 APAC headquarter 에 있었을 나 (일종의 가상 대조군..) 대비, 지금 현실의 나는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변화할 수 있었는지를 종종 고민해보게 된다.


코로나로 삶이 달라진 많은 분들이 어디 우리 가족 뿐일까.


여전히, 한국을 벗어나 좀더 확장된 역할을 하고자 하는 바램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서 다시 나의 역할을 입증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분했을지도 모르는 큰 도전의 기회가 갑자기 사라졌던 2년전 오늘이 또 있었기에, 

나는 다른 방식의 도전에서 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며,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쌓아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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