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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열리지 못한 "실패" 시상식

실패 시상식 실패 ▶

실패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성공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실패한다)


아래의 묘비는 

구글의 실패한 프로젝트를 모아둔 사이트이다.


https://gcemetery.co/


실패도 자랑스러워하는 구글의 패기.

사실, 실패를 "자랑"하고, 스스로 또 다른 유형의 "성과"로 인정하는 모습은 구글 말고도 여러 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실패를 시상하고, 독려하는 모습이 새롭지는 않다.



종종 업무에 수동적인 사람들, 혹은 Smart Risk Taking을 절대 하지 않아, 

함께 일하는데 매우 방어적인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다. 

나는 팀원들의 약점을 활용해야 할 과제들을 설정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독려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의도와 목적, 그리고 상호 합의 소통하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업무를 통해서 약점 극복의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인데,  


전제는 결과가 "폭망" 혹은 "실패해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실패의 양상에 따라 시상과 성과보상도 더하는 것이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의 시작은 실패에 대한 팀원들의 Safety zone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물론, Learning 이 있어야 한다. 왜 실패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등


예를 들어,

외부 발표와 교육, 강의에 자신이 없어 하는 팀원의 경우, 

내부 강의 일정을 계획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던가, 

적극성이 필요한 팀원에게 프로젝트 리드를 맡긴다던가..


보통은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로 과업을를 배치하는"강점기반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하지만 

나는 완전히 반대로 시도해 본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나로서는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새로운 시도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나 조직으로서나 실패, 혹은 실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좌절의 순간을

“포기” 나 "사기저하"로 받아들이지 말고, 

“교훈 (Learning) “ 을 얻는 것으로 재정의 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팀원들에게도 좋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임상진입후 10%도 되지 않는다.

즉, 실패가 전제된 일상인 산업이다.

오죽하면, Fast Fail이 전략이란 말도 나온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기전의 파이프라인을 비임상 단계를 포함하여 빠르게 확보, 개발/투자해가며, 그 중에서 실패를 감당하더라도, 성공 약물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기. 

비임상단계에서 임상 1상과 2상, 혹은 3상까지 동시에 진행하거나, 1상+2상 and/or 2상+3상의 혼합 디자인 신약개발 

바이오마커를 처음부터 타게팅하고 개발하여 Fast Fail or Quick Win 하기  

이러한 전략들은 

처음부터 될성부른 후보물질을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서, 

무조건 성공시키려는 과거의 전략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리해서 비유하자면, 

세포들의 분화/발생 과정도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은 신경세포(뉴런)의 연결(시냅스) 이 성장하는 과정이며, 뉴런들의 연결은 무작위적으로 만들어두었다가, 자주 활성전위를 만드는 필요한 신경연결들만 남기고 쓰지 않는 연결은 제거

면역세포의 TCR 아형을 일단 다양한 레퍼토리의 (무한에 가까움) 조합으로 만들어두고, 자기인식여부/항원결합여부에 따라 필요한 세포만 선택적으로, 나머지 세포는 모두 제거 

즉, 양이 (다양한 시도) 질(성공)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많이, 많이, 해봐가며 (일단 저질러 놓고), 그중에서 실패는 배움으로, 일부는 작은 성공으로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길 아닐까?




연말에 실제로 "실패 시상식"을 진행하였다.

사례모집을 하였는데,

아뿔싸.


대부분 실패한 사례가 아니고

아주아주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이슈앞에서 

끝내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아름다운 위기극복사례들만 모였다. (Best Overcome Practice...)


나의 실제 의도와 실패의 정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탓이다.

마주한 고난이 곧 실패는 아니다.

물론 Learning은 있었겠지만.


내가 의도했던 것은

"완전히 폭망"한 실패를 의미한 것이었으니,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였을 수도 있고

직원들이 여전히 실패사례를 자랑하듯, 시상식에 공개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Safety zone이 충분하지 못했다)


Failure Award는 그렇게 

가장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하여, 성과를 달성한 직원이 수상함으로써,

아름다운 위기극복 시상식으로 (Best Overcome Practice Award)로 끝이나고,


다시는 열리지 못했다.


실패한 실패 시상식.

나에게 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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