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2일의 이야기
4월 초,
꽤 쌀쌀한 날씨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한낮에는 반팔 차림도 문제없었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날엔 따뜻한 외투가 필수였다. 동반자가 47개월 아이라면 옷차림에 더욱 신경을 써줘야만 했다.
"아직도 두터운 옷을 입어야 해?"
"가볍게 입고 나섰다가 날이 추우면 달리 어쩔 도리가 없잖아. 따뜻하게 입었다가 더울 때 벗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지."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 사람을 납득시키는 데는 반드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투덜거리던 제제가 이내 수긍하며 옷을 입었다.
호수가 펼쳐져 있는 작은 공원에 들렀다.
세안을 마친 듯 깨끗한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지만 제법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걸 보니 세안을 찬물로 한 모양이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걷는데 제제가 안아달라며 두 팔을 내게 뻗었다.
"아빠, 추워."
"아까 두터운 옷 싫다는 녀석이 누구였더라?"
누가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제제가 혀를 내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제제를 안아 들고 공원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잠시 내 어깨 어림에 얼굴을 묻고 온기를 즐기던 제제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빠 말이 맞아. 그런데 아침은 겨울 같고 낮엔 여름 같아. 저녁에는 다시 조금씩 추워지고. 지금은 봄이라고 했잖아. 봄이 뭐 이래?"
"제제가 다섯 살이지? 그런데 우리 제제는 어느 날엔, 일곱 살처럼 의젓하기도 하고 씩씩하기도 해. 또 다른 날엔, 세 살처럼 고집 피우기도 하고 칭얼거리기도 하지. 그럼 그 아이는 제제가 맞나?"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 사람을 납득시키는 데는 반드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투덜거리던 제제가 이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낮 기온이 27°c까지 치솟았다. 아직 4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반팔 상의로도 버겁다. 등줄기로 땀은 쏟아져내리는데 아직 나 자신을 납득시킬만한 설명은 준비하지 못했다.
제제의 말이 맞다.
"봄이 뭐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