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지만
집을 나서자마자 내 손을 꼭 잡은 제제가 아파트 단지 입구 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방향 그대로 가면 편의점 앞이다. 집에서 만든 것도 좋지만 본래 밖에서 사 먹는 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다. 의중을 간파하고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구입했다.
"아빠는 안 먹어?"
"아빠는 괜찮아. 제제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음료수를 가방에 넣고 포장을 벗긴 아이스크림을 제제에게 건넸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가져가던 제제가 내 말을 듣더니 아이스크림을 내 쪽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자, 한 입 먹어. 나도 아빠가 먹는 걸 보면 배불러."
"아빠는 괜찮은데..."
한사코 손사래를 쳐도 계속 아이스크림을 들고 버티는 제제 때문에 한 입 베어 물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다가 삼키는데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제제가 그제야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문득 장난기가 솟아 제제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아빠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며? 그럼 제제는 이제 배가 부를 텐데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다시 먹고 있는 거지?"
머쓱한 표정을 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제제는 아이스크림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열어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빠도 배부르다면서 한 입 먹었잖아. 나도 배부르지만 아이스크림 한 개 정도는 다 먹을 수 있어."
그렇군...,
우리는 서로의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배부르다는 소리가 아예 먹지 못할 만큼이란 뜻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