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5일의 이야기
어제는 낮부터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들고 제제를 마중하러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로 갈증을 달랬는지 아파트 화단은 평소보다 진한 생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꺼워 벙긋 웃으며 걷는데 촉촉하게 젖은 길 곳곳에 마실 나온 달팽이들이 보였다.
달팽이를 그리워하던 제제에게 작은 행복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제제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시각까지는 여유가 충분했다. 재빨리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팬트리에서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어 안성맞춤이다. 통 바닥에 상추를 두 장 깔고 습기를 위해 물을 조금 뿌렸다. 달팽이를 위한 집이 간단하게 완성됐다.
왼팔을 감아 달팽이 집을 안고 오른팔로는 우산을 들었다. 얼마나 좋아할까, 어린이집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두근두근 뛰고 얼굴은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내리는 비가 고맙게 느껴지고 우리를 찾아와 준 달팽이에게도 고마웠다. 때마침 쓸만한 플라스틱 통이 있던 것도 고맙고 냉장고에서 꺼낸 상추까지도 고마웠다.
어제, 나는 봄비를 타고 제제를 찾아가는 산타클로스가 됐고 티끌 하나 없는 제제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참 고마운 날이었다.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봄비 #달팽이 #참_고마운_날
어제,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여기저기 마실 나온 달팽이가 보였어요.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서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플라스틱 통에 상추를 담고 물을 조금 뿌렸습니다. 달팽이가 잠시 머물 집을 만들었어요. 제제는 달팽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제제에게 달팽이를 관찰할 시간을 주고 싶었지요. 하원한 제제와 함께 달팽이를 만나러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제제가 보고 싶어서 달팽이들이 찾아온 거라고 귓속말을 해주자 제제는 행복하다고 말했어요. 길가에 달팽이들이 밟혀서 다칠 수 있다고 말하더니 제제는 길 위에 나온 달팽이들을 화단으로 옮겨줬습니다. 와우! 제법 커다란 민달팽이예요. 하하하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큰 민달팽이가 있다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잠시 관찰하고 화단에 놓아줬어요. 이렇게 곳곳에 비를 즐기는 달팽이들이 있었어요. 갑자기 내리는 비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도록 도와주는 비였으니까요. 달팽이들에게도 고마웠고, 마침 집에 있던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게도 고마웠죠. 냉장고에 남아 있던 상추에게도요. 어제는 그냥 모든 것이 다 고마운 그런 날이었어요. 제제를 찾아와 줘서 고마워~!! 아빠, 나 정말 정말 행복해~ 제제는 내내 싱글벙글했습니다. 달팽이 몇 마리는 제제 곁에서 함께 밤을 보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제제와 함께 모두 화단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기 민달팽이들도 잘 가~♡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