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의 궤변, 그러나 설득당한 논리
나의 과도한 '정직함' 때문에 고민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어딘가를 가고 있을 때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이렇게 물어보실 때가 있었다.
"어디 가니?"
그때마다 고민했다.
예를 들면 친구한테 어떤 물건을 돌려주려고 가고 있는데, 그걸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친구랑 만나기로 한 장소의 구체적 위치?
아니면 어떤 물건을 누구한테
돌려주러 간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훗날, 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여기서 '어디가'의 말뜻은 진짜로 나의 목적지가 궁금해서 묻는 말이 아니라 인사차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의미가 진하게 들어있는 말이 아니라 형식만 남아있는그런 류의 말도 있다는 것을.
나는 ‘말’을 두고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정확하게 진실을 담고 싶어하고, 상대도 나에게 그러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애초에 언어로 그런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우리의 마음이 무지개라고 하면 사실 그 안에 수억 수조개의 빛의 굴절이 들어있는데 언어는 무지하게도 빨.주.노.초. 파.남.보. 7개의 색깔이라고 뱉어버린다. 모든 것을 말하고 설명하기엔 우리가 갈길이 바쁘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디가?’라고 말했으면 찰떡같이 대충 흘려듣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을 할 때 마음 속엔 항상 반대편의 목소리가 있다. 그게 진짜 100%의 진심이야? 라고 자꾸 되묻는다. 설명하지 않은 상황들
나의 느낌들이 있는데 과연 내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나조차도 의심하는 말들, 생각들을
내 이름으로 공유할 자신이 없어서
이 만화를 올릴 때, 이런 글을 올렸었다.
SNS에 자신을 드러내는 분들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없는 씩씩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겉은 대범해 보이는데
속은 극 소심함을 껴안고 사는 사람이라,
누가 칭찬해주면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은데"
"사실, 이러저러한 말하지 않은 사연도 있는데"
하면서 불편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인스타의 '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꾸려가려고 합니다.
현실의 나는 인스타의 나와 별개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구름]에게는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나는 다 말해지지 않은 삶을
마음 편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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