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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Sep 18. 2020

감정의 소용돌이

오늘도 나는 살인을 면했다.


상사는 감정적이었다.


처음엔 본인도 무리다 이야기한 건을,

고객의 접대 한번에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반대의견을 냈을 때 한 번,

시스템의 제제로 스텝이 꼬였을 때 한 번,

그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들었다.




KPI, 승진이 전부인 직장인들,

특히 윗세대의 직장=나 인 그들에게,

정도경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때가 많다.


괜히 수화기를 탕 하고 내려놓고 씩씩거렸다.

방금 본인의 잘못을 떠넘기는 상사의 언행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6년 차의 직장생활을 하며 하나 배운 게 있다면,

당시에는 정당하던 내 감정의 표출도,

상황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차라리 묵묵히 일을 끝내고

빨리 퇴근하는 편을 택했다.






공기는 선선하고,

망원동의 사람들은 한껏 고양된 얼굴로 각자 금요일 밤을 즐긴다.


나도 그들 사이에 섞여있으니,

오늘의 분노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싶다.


때 묻지 않고 정직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것은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유토피아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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