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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ha May 11. 2020

조직문화, 부부관계, 그리고 비거니즘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이다. 얼마 전 ‘조직문화’에 대해 생각하다가 ‘부부관계’와 ‘비거니즘’으로 사고가 확장되었고, 공통적으로 세 분야의 핵심은 결국 가치관이라는 나의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조직문화


문화는 말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문화이다. 예를 들어, A사의 사이트에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적혀있고 CEO는 평소에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업무에 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매일같이 9시 전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은 칼같이 1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보고서 작성은 정해진 양식에서 벗어나면 안 되며 업무 방식이 기존과 달라질 경우 상사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 그렇다면 ‘자율성’은 A사의 ‘조직문화’가 아닌 것이다.


문화는 행동 규칙도 아니다.

A사 CEO는 진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어 새로운 ‘행동 규칙’들을 내세운다. 출근은 10시까지만 하면 되고, 점심시간도 유연하게 사용 가능하도록 사규를 변경한다. 하지만 막상 팀원이 10시에 출근을 하면 눈치를 주는 팀장이 많고, 기존의 보고서 형식을 변경해서 작성하는 선배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가끔 늦게 출근하는 허용된 ‘행동’을 하겠지만 마음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자율성’은 A사의 ‘조직문화’가 아니다.


문화는 공유된 정신적 가치이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CEO와 리더들이 ‘자율성’이라는 ‘가치’에 스스로 공감한 후 솔선수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들부터 출퇴근과 점심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고 단순 보고의 경우 손 필기나 구두로 간단하게 등 캐주얼하게 보고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먼저 시도하는 구성원은 진심으로 격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더들의 가치관에 ‘자율성’이 자리 잡히고, 구성원들이 이를 체감하기 시작한다면 실질적인 행동 규칙들은 부가적인 요소가 된다.


‘자율적으로 업무한다’라는 가치에 머무르며 조금씩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일관된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김대리는 매일같이 9시에 출근하지만, 점심시간은 자주 유연하게 사용하고, 오차장의 출근 시간은 아이들 스케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정사원은 집중이 되지 않을 때면 종종 커피를 마시며 휴게 공간으로 이동하여 업무를 한다. 비로소 ‘자율성’이 A사의 ‘조직문화’가 된다.



부부 관계


가치관을 공유한다면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쉽다.

부부 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 생활 패턴 등 표면적인 행동들은 음식의 향신료처럼 관계에 활력을 줄 수는 있지만, 긍정적 관계의 주재료는 ‘가치관’이다.


날마다 운동을 즐겨하는 A와 B가 빠르게 호감을 느끼고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A는 ‘건강한 삶’에 큰 가치를 두며 여러 실천 중 하나로 규칙적인 운동을 해 왔던 것이다. A는 운동뿐 아니라 균형 잡힌 식습관, 긍정적 태도, 규칙적인 생활 등에 집중한다. 반면 B는 ‘외형적 아름다움’을 위해 운동을 해 왔고 건강보다는 어떻게 보이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화려함을 유지하며 최신 유행을 따르는 사람이다. 이처럼 공유하는 ‘핵심 가치’가 없거나 충돌할 때 무엇이 문제가 될까?


나와 온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때문에 부부간 욕구 충돌이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이때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부부라면 소통의 중심에 가치들을 두게 되고, 보다 수월하게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평함’이 중요한 부부는 결혼 준비부터 집안일, 육아, 커리어, 서로의 부모님 집에 갔을 때 받는 대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갈등이 생겼을 경우 ‘공평함’을 기준에 놓고 굵직한 의사 결정들을 할 수 있다.



비거니즘


비거니즘은 행동 규칙이 아닌 삶의 방식이자 가치관이다.

‘비건’과 ‘비거니즘’은 영국 단체 비건 협회의 공동 설립자인 도널드 왓슨과 도로시 왓슨 부부가 만든 용어이다. 왓슨 부부는 비거니즘을 “최대한 가능하고 현실적인 범위에서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삶의 방식”으로 정의했다. 어느 정도의 유연성과 개인적 해석의 여지를 허용한 셈이다. 물론,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한 가지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유연하고 너그러운 비거니즘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거니즘과 함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비욘드 미트. 식물성 대체육이다.


가치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기.

나는 ‘비건 지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향하다’의 뜻은 ‘방향으로 나아가다’이다. 누군가는 모호한 표현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오히려 틈이 없고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단어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100% 비건인 사람은 없으며, 하나의 가치를 기준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혹여 완벽한 비건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다른 모든 도덕적 기준에서 완전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겸손한 태도로 나와 남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어느 정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수용적으로 비거니즘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의 작은 노력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속가능한 비거니즘

나의 경험을 나눠보자면, 비건 지향을 결심한 후 동물 착취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지 알게 되어 놀란 적이 많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고기, 해산물, 달걀 따위만 먹지 않으면 비건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카세인’이라는 성분부터 추적 불가능한 와인 여과제,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다양한 첨가물에 동물성 성분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완벽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보다 지속가능하고 행복하게 이 가치를 품는 것이 좋을까?” 나는 후자를 택했고,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이 여정을 할 수 있는 방법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집에서는 완전한 채식, 즉 비건식을 따르지만 밖에서 여러 사람과 식사할 때는 조금 유연성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회식으로 고깃집에 갔다면, 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냉면이나 된장찌개는 먹는다. 누군가는 이 정도도 너무 힘들다고 느낄 수 있고 그럴 경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부터 시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육고기만 안 먹기, 하루 한 끼 채식하기, 혼자 있을 때만 채식하기, 혹은 정말 포기하기 힘든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제외하고 시도해 보는 것도 Why Not?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넘쳐 중간에 지치는 것보다 작고 느리지만 지속가능하게 나아가는 것이 더 지혜롭다.


나만의 속도로 걷기. 되도록 즐겁게 나아가기.



글을 맺으며..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행동을 하되, 지향하는 가치관 안에 최대한 머무르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아무쪼록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날로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우리 부부의 관계가 공통된 가치관 안에 머물길, 그리고 나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비거니즘을 지향하길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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