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 33.
숲이 155일, 없어보니 느껴지는 정말 소중한 육아템
'오빠! 그래도 나 육아휴직 끝나기 전에 오빠 고향집도 한 번 가고, 김제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빠 나는 준비가 되었어!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돼!'
숲이와 함께 고향에 방문하는 것을 걱정하는 내게 와이프가 계속해서 했던 말 들이다.
나는 새로움을 즐기지 않는다. 익숙한 환경이 좋고 내가 대응할 수 없는 변수들이 싫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숲이가 찾아온 게 기뻤던 만큼,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도 정말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집에서 숲이와 생활이 안정되고 있는데, 막히지 않아도 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그리고 내가 준비한 아이템들이 하나도 없는 곳을 숲이와 함께 가고, 거기서 잠을 자고 와야 한다니, 쉽게 계산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고향방문을 꾀나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숲이가 새로운 환경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고, 숲이를 보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용기(?)를 내어서 가보기로 했다.
숲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일회용 젖병', '액상 분유'를 구입해 보고, 액상분유는 실제 먹여보기도 했다. 숲이가 다행히 액상분유를 거부하지 않았으나, 가루분유에 비해 소화를 못 시키는 것 같아서 그냥 '집에서 먹이던대로 먹이기로 했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회용 젖병은 지워졌다). 그렇기에 꾀나 많은 짐을 챙겨야 했다.
고향집방문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 세세한 과정은 생략하고! 집을 떠나보니 진짜 중요한 육아템이 무엇인지 간절하게 알게 되었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콘텐츠를 쓰기로 하면서 한 번쯤은 육아템에 대해 글을 쓰려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다.
1위 그냥 압도적 1위이다
'푹신하고 리클라이너가 되는 소파'
정말 아이계획이 있는 가정이라면 꼭꼭 구입하길 바란다. 아이 수유부터, 트림, 아이가 혼자 잠들이 않을 때 아이를 안고 함께 쉬는 것까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정말 우리의 허리를 보호해 준다!
가성비 생각하지 말고 정말 고가의 좋은 것 사도 된다고 감히 추천한다. 집에 있을 때도 와이프랑 '소파는 벌써 충분히 돈 값하지 않았어?'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했지만 정말 없어보니 너무나도 그리웠다. 나의 허리를 지켜준 소파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2위. 온습도 조정 아이템(에어컨, 제습기, 가습기)
정말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을 방문했을 때 가장 힘든 것이 온도, 습도 조절이다(고향집도 에어컨은 있으나 제습기가 없어서 습도조절이 안돼서 고생했다). 에어컨은 요새 기본적으로 둘 터이니 굳이 말 안하고, 제습기와 가습기는 가능하다면 '거실+아이가 생활하는 방'까지 두 개씩은 두기를 바란다. 온도와 습도조절이 잘되면 아이가 잘 쉬고 잘 자고, 그렇게 아이의 투정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육아는 정말 편해진다.
육아템 콘텐츠라서 많은 것들을 쓸 거라고 생각하셨겠지만, 단 두 가지만 쓰기로 했다! 나머지는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저귀 갈이대도 정말 편했지만, 막상 없을 때도 크게 불편함은 못 느꼈고, 젖병살균기도 여유만 있으면 열탕소독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기타 등등 다른 아이템들도 유용은 하지만 선택의 문제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 소파와 온습도 조절 기계들은 꼭꼭 사기를!
오히려 육아템보다 일손을 덜어주는 가전제품들이 훨씬 유용하다. 예를 들어 '건조기',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등등 육아자체를 위한 아이템도 유용하지만, 오히려 육아 외의 일들을 덜어주는 아이템들이 육아에 훨씬 유용하다.
아! 그리고 뜬금없지만 '스텐바이미'와 같이 무선이어폰이 되는 이동형 스마트티브이들도 생각보다 유용하다! 와이프가 '이걸 대체 왜 사?'라고 했지만 현지 와이프가 가장 애용하는 가전제품이다.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아이를 확인하며 유희를 즐기기에는 저 스마트 티브이만 한 게 없다.
물론 내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이템들이고, 사람들이 보기에 '저게 무슨 육아템이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육아를 편하게 하는 보조개념의 아이템'들 보다 '육아를 하는 부모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아이템'들이 더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모든 아이템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다 낫다'라는 말을 남기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