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 32
숲이142일 교수님 할아버지를 뵙다.
나와 와이프는 같은 교수님께 학위를 받았다. 나는 석사시절 교수님의 연구실에 있었고, 와이프는 박사시절 교수님의 연구실에 있었다.
'사회에서 만날 사람에 대한 운 은 지도교수님 잘 만난 거에서 모두 끝난 거야'
라고 말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흔치 않게 지도교수님을 정말 잘 만났다.
결혼식 주례 역시 교수님께서 봐주셨다. 주례사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워딩이 정확하지는 않다).
'멀리 계신 양가 부모님들의 걱정이 덜하도록 저 역시 부모의 마음으로 이 친구들을 가까이서 보살피겠습니다'
실제로 내가 교수님이 사는 지역으로 취업을 하면서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교수님께 많은 의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숲이가 생길 시점 교수님께서는 은퇴 후 경기북부지역으로, 우리는 경기남부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먼 거리가 되었지만, 우리는 숲이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고 숲이가 외출에 적응을 한 시점에서 교수님 댁을 찾아뵙기로 했다.
우리가 교수님 댁에 도착하자 교수님은 지하주차장까지 거의 버선발로 마중을 나오셨다.
대략 두 시간 정도 댁에 머물렀는데 정말 숲이 뿐 아니라 우리 부부까지 너무 사랑을 받는 시간이었다. 숲이 역시 우리 집 외 다른 집은 처음 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적응을 잘했다. 단 한 번의 투정 없이 교수님, 사모님께 이쁨만 받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거의 1년 만에 교수님을 뵈었는데, 교수님의 근황은 단 하나도 듣지를 못했다. 그 정도로 숲이에 집중하시며 '정말 신기하고 이쁘다'라는 말을 반복하신 걸 보면 교수님 역시 꾀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듯하다.
숲이가 아직 어려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숲이 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분 계신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 만큼 숲이를 아껴주심에 너무 감사했다.
교수님께서는 이번방문에 숲이에게 두둑한 용돈과 함께 편지를 남겨주셨다. 그 편지 내용을 끝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함께 해주어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이렇게 만나 더욱 반갑고 고마워요.
멋진 엄마, 아빠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요.
그리고 우리 멋진 세상을 함께 만들어 봐요."
2024.10.18일
교수 할아버지 ㅇㅇㅇ
할머니 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