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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버지 Jun 13. 2024

당근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매버지의 스타트업 이야기

  당근마켓이 당근마켓에서 마켓을 뗀 지 좀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사람들은 당근마켓이라고 많이 부르고 있다. 워낙 첫 이미지와 찰떡같은 브랜드 네임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젠 당근은 매일 같이 방문하는 유저들에게 다른 것도 경험해 보라고 권유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차 거래, 알바, 부동산 등 이다. 이미 해당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지만 아마도 적은 수수료와 편리함 그리고 친숙함으로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할 것이다.


  난 그들이 하려고 하는 신사업에 관심이 가기보다는 이 사업이 초기에 왜 빠르게 정착하고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더 관심이 간다. 이미 시장에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1) 편리해진 소비, 집 안에 쌓여가는 물건들

  백수가 된 지 6개월 차 나 역시 당근의 온도가 높아져만 간다. 아이가 태어나고 집안에는 빠르게 아이 관련 물품들이 늘어났다. 아이들은 정말 금방 크고 장롱에는 못 입는 옷, 책장에는 때가 지난 책, 거실에는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다. 더 이상 집안에만 두기 숨이 찰 정도가 된다. 바쁠 땐 당근거래를 엄두도 못 냈지만 지금은 정말 매일 이용 중인데 만족도가 최상이다. 하나씩 안 쓰고 우리 가족에겐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왜 집에 물건이 다시 또 쌓이는 기분일까?


  당근만큼 잘 쓰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쿠팡이다. 쿠팡 멤버십에 가입한 이후부터 와이프와 나의 구매는 더욱 쉬워졌다. 당장 내일 필요한 상품을 오늘 주문해 내일 아침 일찍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무료반품까지 되니 일단 지르고 본다. 그렇게 쌓이는 물건들이 또 어난다. 물론 필수 소비재들을 주로 구매하지만 쿠팡 외의 다른 플랫폼에서도 24시간 나에게 물건을 사라고 유혹한다. 심지어 핸드폰을 통해 전달된 평소 나의 대화내용을 기반으로 사면 좋을만한 물건들을 적극 추천받는다. 이거 어쩐다... 사 말어? 피..필요한 거 맞지?결국 또 사고 만다.


  우리는 정말 편한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워서도 응가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응가와 밥이라니..) 그냥 생각나면 몇 번의 클릭으로 물건 구매가 가능하고 집 앞으로 물건이 도착한다. 이런 문명이 발달하기 전과 비교해 보면 물건을 한 번 사러 나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일이었고 물건을 직접 보고 이리저리 비교하고 판단하며 구매하는 일은 매우 피곤한 일이기도 했다. 커머스의 발달은 결국 당근 플랫폼 성장의 근간이다.

 

2) 판매와 동시에 구매가 가능한 플랫폼

  제품(product)을 이야기해보자면 대부분의 플랫폼이 수요자와 공급자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반면에 당근은 내가 수요자이자 공급자이다. 이 부분은 정말 당근의 핵심적 기능으로 보인다. 물론 당근이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결국 판매를 하는 판매자 입장에서 내가 올린 상품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들어올 수밖에 없고, 들어온 이상 다른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을 보다 보면 또 구매욕구가 상승하기 때문에 앱에 오래 잔존할 수밖에 없다. MAU, DAU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커머스가 아니지만 커머스 이상으로 앱에 오래 접속하고 검색할 것이다. 그 과정 중간중간에 당근은 그들이 생각하는 수익전략을 심어놓을 것이고 이익을 만들어갈 것이다. 당근은 이미 다른 유니콘들에 비해 쉽게 작년에 이미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능을 하나씩 실험해 가며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O2O 서비스 플랫폼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 특별한 장벽이 없고 쉬운 거래

  당근은 참 쉽다. 맘에 들면 채팅으로 구매의사를 전달하고, 판매자와 거래방식을 결정한 후 구매를 확정하면 된다. 솔직히 여기까지가 당근의 역할이다. 만나서 구매를 하던 안 만나고 택배거래를 하던 그건 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플랫폼 서비스가 복잡하면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로써 이렇게 쉬운 플랫폼은 많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이만큼 거대한 플랫폼인데. 서버관리도 잘하는지 크게 버벅거리거나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가끔 일부러인지 모르지만 판매물품 등록 시 사진 등록, 최종 업로드 단계에서 버퍼가 걸릴 때가 가끔 있다. 그 외에는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없다. 심지어 사업자가 광고비를 내고 홍보하는 판매물품도 당근이 딱 중개자 역할로만 담당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게 없어 보인다. 그 선을 유지하는 것이 참 힘든데 잘하고 있다.


  실제로 당근 관련 기사를 정독하거나 기존 창업자, 현직자 인터뷰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들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썼다. 유저로서 앱을 활용하며 경험한 후 느낀 것을 기반으로 적었기 때문에 실제 당근의 생각이나 전략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다. 앞으로도 가끔 이렇게 스타업 관련 생각을 적어 볼 생각이다.


당근, 한 명의 당근러로서 오늘도 잘 쓰고 있다.

조만간 또 누군가를 만나 말할 것이다.


"당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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