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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Oct 03. 2022

노가다는 나의 벗

나의 파미르는 어디에



2022년, 3회 국가 기술 자격시험  산림기능사 시험이 약 4달에 걸쳐 막을 내렸다. 5.24일 원서 접수를 필두로 6.18일 필기시험, 8.28일 실기시험을 끝으로 9.8일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뭐 대단한 시험이랄 수는 없지만 시험은 시험인지라 진지하게 연습한 것을 되풀이하며 실수하지 않으려 꽤나 애쓰고 일정을 마쳤다. 사실, 기능사는 고등학교 수준의 이론과 산림 작업의 숙달도를 평가하여 실기 60%를 합격 커트라인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엔진톱 한번 만져보지 못한 생초보가 유튜브 보고 독학해,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한 곳이다. 그만큼 실기 측정에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하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엔진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숙달도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한 심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평생, 펜대만 굴리며 늙어버린 나의 가까운 벗들을 위해, 산림기능사 실기시험의 과목에 대해 좀 과하게 썰을 풀어본다. 평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임업 기계 작업과 목재 수확작업이 그것이다. 임업 기계 작업이라 함은, 엔진톱의 분해, 정비, 조립, 찔러 베기의 숙달도를 말한다. 또한 목재 수확 작업이라 함은, 벌목작업의 수행 즉, 엔진톱의 시동을 켜고, 안전하게 벌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의 숙달도를 평가한다. 그 외 원목의 재적 구하기, 수라(나무운반 미끄럼틀) 설치와 해체, 랑꼬임(와이어로프 고리) 만들기가 목재 수확작업의 주된 평가 요소이다. 이 초보 노가다꾼의 실기점수를 공개하자면, 총점 100점 만점에, 91%를 획득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산림기능사가 되었다. 한국어 교원에서 산림기능사의 길이 꽃길인지, 가시밭길인지 현재로서는 판단 불가, 그럼에도 갈 데까지 간다. 



 그렇게 나의 여름은 저물어 갔다. 때를 같이해, 현업의 노가다 일은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이곳저곳 신설 임도 현장에서 벌목된 온갖 종류의 벌채목들이, 수입장으로 입하되면서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나무투성이다. 그 와중, 지겹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속절없이 쓰러진 위험 수목의 제거 등 민원  일까지 겹쳐, 9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지쳤다. 2인 1조로 편성된 4개 조가 화목용 나무(이 몸이 속한 지자체의 대민 봉사용 화목 나눠주기 사업으로 수백 톤 분량의 화목)를 만들기 위해 엔진톱에 불을 붙였다. 틈틈이 체력이 떨어져 기진맥진할 때, 먼 산을 바라보며 파미르를 생각한다. 뒤늦게 잘못 들어선 길은 아닐까, 이 길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수시로 밀려오는 갈등의 간조와 만조의 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직은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 혹여, 이곳이 파미르의 또 다른 모습이라면 이곳에서 겁나게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벗들의 건투를 빈다.   


                                                     



  

허스크바나 254XP 엔진톱



세상천지 무수한 엔진톱들은, 아직도 혼합된 연료를 먹고 힘을 낸다. 그것은 2행정 기관의 특성상, 실린더 내부에서 가솔린만 태워 동력을 만들기엔  그곳 환경이, 아직도 적합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엔진톱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축은 독일의 스틸사와 스웨덴의 허스크바나사의 제품이다. 놀랍게도 엔진의 진화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어느 순간 앤티크 한 톱 사진 한 장에 필이 꽂혀, 몇 달을 수소문한 끝에 허스크바나 '254XP' 엔진톱을 손에 넣었다. 이 톱이 '명기'가 된 전설은 이렇다. 90년대 후반, 허스크바나 254XP 전문가용 엔진톱이 시장에서 홀연히 사라졌단다. 일설에 의하면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 고장이 너무 없어, 톱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허스크바나 마니아들의 뻥이 섞인 잘난 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견고한 톱을 손아귀에 넣고 휘두르고 싶은 충동에 못 이겨, 거금(?)을 투척해 입양했다. '산림기능사 합격 축하 선물'로 스스로에게 주는 위험한 장난감 정도랄까, 언제까지 함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도 50cc 배기량의 묵직한 굉음의 엔진 소리는, 아직도 날 젊은 청춘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최음제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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