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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Sep 17. 2023

노가다는 나의 벗

엔진톱과 함께 화목 현장에서


 임도 변의 풀베기 작업은 그런대로 종료되었다. 여기서 그런대로라 함은, 깎을 만큼 깎았다는 안심이기도 하고, 모든 임도의 풀을 제압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미진한 곳이 있다 해도, 구월이 오면서 임도 풀베기 철수가 신속히 이뤄졌다. 기다리고 있는 일거리들이 줄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큰일이 있다면, 수입장 도처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화목용 참나무'를 가공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벗들이여 '알쓸잡'이라고 아는가 '아둬도 도통 모없는 스런 사족'을 달아야겠다. 화목용 나무는, 입방미터(가로 세로 높이를 곱한 '부피'로 현장에서는 '루베'로 불린다) 단위로 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이를 톤수로 환산해 전체 화목의 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현장에서도 대략적인 화목의 량을 루베로 계산해 나온 값에다, 목재 무게 비중을 0.5로 적용해 화목의 톤수를 측정한다.즉, 수입장에 쌓여있는 참나무의 총량이  500루베 정도이면, 따라서, 부피에 비중 값을 적용해 250톤 정도의 화목이라고 계산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전체적인 화목의 량이 산출되면, 작업 기간이 나올 수 있고, 더욱이 화목의 수요처들에게 어떤 식으로 분배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계산은, 작업반장 혼자면 족하다. 나머지 작업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화목용 나무 가공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정밀 작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구잡이식으로 접근해 대충 해내는 허접한 작업은 더더욱 아니다. 벗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살짝 기밀을 누설하자면 이렇다. 2인 1조의 잣대질과 엔진톱이 한조로, 3개 팀이 사정없이 나무를 썰어낸다. 그리고 트랙터는 작은 언덕처럼 쌓인 잘라진 나무들을 바가지에 실어, 유압 도끼 파트에 전달한다.  4명으로 구성된 유압 도끼 조는 규격대로 잘라 논 나무들을 쪼갠다. 이 쪼개진 나무들을 다시 운반하기 좋게 묶어, 기준점을 잡아 줄을 그어논 선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쌓아간다. 이렇게 일련의 작업들이 반복되면서, 연병장에 집결한 병사들이 사열을 기다리듯, 가공된 참나무들이 대열을 잡아가고 있다.



오늘 작업 8일차, 이제 겨우 몸이 만들어져 간다. 톱장이를 대우해 준다고 '톱사'로 부르는진 모르지만, 이 몸 역시 2년 차 늙다리 톱사다. 부족하지만 톱의 성질도 조금~ 알고, 어떻게 다뤄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쪼매 알뿐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위험한 놀이용 엔진톱의 배기음에 취해, 오늘도 겁나게 톱질을 해댄다. 한번 잘못 다루면 개차반 나듯 갈가리 찢어버리는 고약함을 알기에, 가능하면 부드럽게 대하고, 싹싹하게 끝을 내 엔진톱과 호흡을 맞춘다. 드디어 엔진톱에 가득 채운 혼합연료가 떨어질 때쯤이면, 톱은 포효하는 들짐승처럼 높은 옥타브로 마감을 알리며 죽어간다. 이때가 잠시 쉬는 시간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거칠부 지음

히말라야 고산 등반이 그들만의 리그처럼 멀어진 반면, 베이스캠프를 향하던 트레킹의 길이, 히말라야 여행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와중에 용감 무쌍하게 히말라야에, 온 정열을 내던진 젊은 처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거칠부'라. 일찌감치 필명을 신라의 장수 '거칠부'로 정하고 네팔에서 수년간 히말라야의 내공을 다졌다.그리고 무대를 히말라야의 시작점 파키스탄으로 넓히고, 인도 편잡 라닥을 안방처럼 휘젖고, 마침내 부탄 히말라야까지, 대략 7,000킬로를 걸었다고 한다. 물론, 당대의 가장 핫한 트래커가 되었음은 당근이다. 그의 책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기록에 충실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지, 가슴이 벌렁거리며 넘나드는 부러움과 시기심의 경계에서 허둥대는 나를 경험하곤 한다. 그의 어록 중 '지금의 순간들이 언젠가는,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믿음은 깨달음의 다른 버전일 것이다. 그의 책을 따라 걷다 보면, 때때로, 몹시 슬프다. 왜 난 아직도 짐을 꾸리지 못하고, 고작 그의 충성스러운 팬으로 만족하려는 걸까.. 어찌 되었든 이몸은 노가다에 발이 묶여 있고, 거칠부는 오늘도  팔자 좋은 사람들을 끌고, 라닥 히말라야 가을 산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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