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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을 변리사 Apr 30. 2024

배움의 기본 원리

게으른 사람이 빨리 배우는 법 ep.1

"무엇을 배운다"의 결과는 결국"무엇을 안다"로 귀결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희미하게 알고 있거나, 아직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기 위해" 배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뽑을 수 있습니다.

-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 "지금 어느 정도"로 알고 있는가

- "얼마나 더" 알아야 하는가

-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이 각각의 질문들은 배움에 있어서 어떤 것들이 중요한지를 설명해 줍니다.




1. 대상 -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배움의 첫 단계는 배움의 대상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단어로 정리되는 대상을 구체화하여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변리사 시험과목 중 "저작권법"을 예시로 들어봅시다. 과연 단어 그대로 해당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저작권법"만을 알면 되는 것일까요? 해당 과목을 구체화하면 이렇습니다. 저작권에 관하여 권리의 발생과 존속, 이전, 행사, 등록 및 제한은 물론 법령상 저작권과 관련된 위법사항들, 행정절차들이 1차적인 배움의 대상입니다. 더불어, 저작권과 관련된 판례와 학술적 의견들을 배우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저작권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과목 내지 전문지식을 배울 때 배움의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는다면, 적이 누군지도 모른 채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 배움의 대상을 파악하기 위해 목차를 읽는 방법을 활용하고는 합니다. 세부적인 이해와 암기에 앞서, 자료를 빠르게 한 번 회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2. 현황 - "지금 어느 정도"로 알고 있는가


배움의 대상을 파악했다면, 이번엔 스스로를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그를 마주하고 있는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도 파악해야겠죠. 이는 무언가를 배우는 시작 단계뿐만이 아니라, 배움의 중간과정에서도 필요로 하는 부분입니다. 


현황 파악을 위해 내용을 적어내는 quiz를 친다거나, 기억한 것을 소리 내어 암송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방법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uiz는 시간이 비교적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행동이 추가됨으로써 시각과 촉각의 감각을 활용합니다. 또한, 이 방법은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지식을 눈에 보이는 2차원에 펼쳐놓는 과정을 통해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립되도록 돕습니다. 암송은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비교적 덜 받고, 말하는 동시에 들으며 뇌가 활성화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추상적인 무형의 지식으로 남아있기에 그 체계성 면에서는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주기적으로는 quiz를 통해 점검하고, 자투리 시간에 암송을 통해 틈틈이 점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위의 방법들로 현황을 점검하여, 스스로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였다면, 배움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아는 것은 적게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비교적 많이 공부하는 것이죠. 잘못된 경우, 이와 반대로 쉬운 길을 좇아, 아는 것만을 더욱 바라봄으로써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정도 - "얼마나 더" 알아야 하는가


우리 모두의 시간은 한정적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배움에 필요한 의지력이나 체력 등의 요소들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우리는 필요한 배움의 "정도"를 알아야 합니다. 


얼마나 알아야 하는지 아는 것은 마치 험난한 산을 등반할 때,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동네 뒷산 정도의 목표라면 이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목표를 가진 경우에는 효율적인 계획 수립과 페이스 조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실제로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통해 쉽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합격권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의 수준을 자세히 들여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논술형인 변리사 2차 시험을 준비하며 매주 모의고사에서 모범답안을 달성한 사람의 답안지를 분석한다거나, 저보다 높은 실력의 스터디 메이트를 통해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지 파악했습니다. 파악된 "정도"에 따라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실행하는 중간중간 다시 "현황"과 그에 기한 "정도"를 파악하며 계획을 보완해 나간다면, 효율적인 배움의 조건이 대부분 완성됩니다.




4. 현출 -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전문 지식 습득, 취미 등 각자 배움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많은 경우 시험에 통과하거나 목표 점수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게 됩니다. 개인적인 만족만을 위한 배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배운 것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간의 과정을 평가받게 되죠. 그렇다면 우리는 배운 것을 어떻게 현출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식과 센스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키워드는 "기출"입니다. 혹시 살면서 언젠가,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며 공부는 했는데, 결국 시험지에 적힌 내용은 머릿속의 지식과 사뭇 다른 형태라는 것을 느낀 경험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직·간접적으로나마 이미 기출의 중요성을 잘 아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본 것을 그대로 묻는 시험은 기껏해야 중학과정에서 끝이 나고, 그 이후의 대부분의 시험은 단순이 지식의 습득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닌, 지식의 활용을 묻는 방식으로 구성되게 됩니다. 즉, 머릿속에 어떤 지식이 존재하는지 유무만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결국 우리는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식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출"입니다. 기출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활용하여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배움의 대상인 지식이 어떤 형태로 가공되어 시험의 형태가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잘 배우는 이들이 기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비유적인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한국 음식은 물론 아시아 음식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외국인에게 김밥용 재료들(김, 밥, 당근, 계란지단, 우엉 등)을 준다고 한들, 그 외국인이 재료만으로 김밥의 조리법 내지 완성된 김밥의 형태를 떠올리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다만, 그러한 외국인도 널찍한 김에 밥을 펴 바르고 김밥의 재료들을 길쭉이 늘여놓은 채 말아내는 과정을 본다면, 앞으로도 널찍한 김과 밥이 함께 있을 때, 속재료를 말아내는 형식의 요리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위의 내용을 시험에 관한 배움 위주로 설명하였지만, 위의 네 가지 요소는 시험공부뿐 아니라, 대부분의 배움의 과정에서 거의 동일하게 활용됩니다. 춤을 예시로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안무 영상을 보고, 안무를 완벽히 추기 위해 우리는 첫 번째로 "대상"을 파악합니다. 음악의 바운스가 주로 UP인지 DOWN인지, 장르가 무엇이며, 어떤 바이브로 춰야 하는지 말입니다. 두 번째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안무의 숙지 정도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춤사위를 파악하는 것에 해당하겠죠. 세 번째인 "정도"는 영상 속의 안무가의 춤을 보며 어떻게 느낌을 살려야 하는지, 얼마나 강약을 주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인 현출은 실제 안무를 춰보며 머릿속에 외워져 있던 동작들을 파악한 "정도"에 다다르도록 "현출"하는 것입니다. 


위에서는 개론으로써, 배움의 기본 원리인 네 가지 요소를 설명드렸습니다. 각 요소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행할 수 있는지, 활용 예시들은 앞으로의 글에서 찾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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