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이 빨리 배우는 법 ep.2
인공지능들에게 물어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마치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도, 매 화를 지각하며 업로드하는 저의 모습 같습니다. 이 브런치북의 제목부터 “게으른 사람이 빨리 배우는 법”이기는 하나, 저 또한, 이렇게나 게으르게 브런치 북을 연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으른 사람이란 결국,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거나 느리게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생활에서 말하는 게으른 사람들의 예시는 이렇습니다.
- 헬스장을 등록하곤 가지 않는 사람
- 토익을 접수해 놓고 공부하지 않는 사람
- 약속시간에 자주 지각하는 사람
- 귀찮음에 배달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
- 집안일을 계속해서 미루는 사람
뜨끔한 분들 많으시리라 믿습니다. 이건 게으른 사람을 위한 책이니까요. 이 책은 읽기 귀찮을 것도 고려해, 문단도 짧게, 문장도 단순하게 구성합니다. 어쨌든, 저 또한, 저것들 중 여러 항목에 해당합니다.
근데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아무리 게을러도 잠을 미룬다거나, 숨 쉬는 걸 미루지는 않을 테고요. 아마 게으름을 정의할 때의 "해야 하는 일"이란, 삶을 윤택하게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일들, 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한 일들을 주로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각자의 "해야 하는 일"을 정의해야만 합니다. 나에게 있어서 "해야 하는 일"을 정의하는 것이 게으름을 다스리는 첫 단추입니다.
저의 경우, 카테고리는 1) 업무, 2) 자기계발, 3) 생활입니다. 업무 카테고리에는 첫 번째로 '업무 정보 아카이빙'과 '일정관리'가 들어가 있고, 자기계발 카테고리에는 '브런치 글쓰기'와 '영어공부', 'AI스터디'가 들어가 있습니다. 생활 카테고리에는 '운동'과 '물 마시기'를 두었습니다.
해야 하는 일을 정할 때에는 위의 표처럼, 수치나 주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표가 정확히 파악되어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저 중 몇 가지만 부연설명하면, 업무 아카이빙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것입니다. 메일을 보내거나 업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모두 정확히 기억할 수 없으므로 다음을 위해 아카이빙 해두는 것입니다. 저는 아래 사진과 같이 여러 목차를 두고, 각 목차에 대한 업무 지식을 정리하여 다음번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처럼 그때그때 업무 지식을 아카이빙하면, 매번 같은 내용을 찾아보거나 새로이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미루다 보면 중복되는 업무들이 생기고, 결국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죠.
AI스터디와 브런치북 연재는 혼자서 꾸준히 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라, 다른 사람들과 스터디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AI스터디에서는 스터디원과 머신러닝 책을 매주 한 단원씩 읽으며 서로 이해한 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 해야 하는 일이 정의되지 않으셨다면 위의 표를 참고하여 꼭 정리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정리 없이 스스로의 희미한 게으름을 탓하고 있다면, 적이 누군지도 모른 채 싸우는 꼴입니다.
제 고등학교 생활은 새벽 6시 반에 기상시간 종이 울리면 일과를 시작하여, 점호를 마친 새벽 1시에야 취침하는, 모든 일정이 통제된 기숙사 생활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이 되고서 주어지는 자유가 마약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학생이 되자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은 물론, 과제를 했는지, 수업에 왔는지, 뭘 먹고 사는지를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진 거죠. 덕분에 대학생활 중 절반은 오후에 눈을 뜨고, 일주일에 세 번은 술을 마시고, 결석을 자주 하는 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하굑 시절 내내 강제로 일어나고, 수업에 가고, 취침해야 했기에, 대학에 들어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통제할 능력이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능력이란 것은 타고나지 않은 한, 꾸준한 개발의 과정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런 성향이 있습니다. 누워있는 것보다 일어서는 것을 좋아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꾸준히 목표를 달성하는 성향의 사람이요. 제 주위에도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다 보면 정말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 또한 제 스스로가 부지런함을 타고난 사람이길 바라지만, 아쉽게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성향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타고난 성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게으름의 근원인 자유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관리는, 상황을 형성하고, 정도를 조정하고, 방향성을 선도하여, 전반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고난 부지런 함으로 관리할 수 없다면, 터득한 노하우로 관리해야 합니다.
1. 환경을 구성하기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가, 이는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key이자, 자유를 관리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인간의 의지는 한정적이므로, 의지력만으로는 이전의 게으른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의지라는 것은 연쇄작용이 일어나며 무너지기 때문에, 몇몇 목표에 실패하다 보면 나머지 목표들에 대한 의지도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의지력만으로 자유를 관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단 하나의 규칙도 지키지 않는 스스로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지력에 기대기보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야 합니다.
핸드폰 사용 시간이 너무 길다면, 핸드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볍게는 스크린 타임을 설정하여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강력한 방법으로는 앱이나 계정을 삭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통신사 요금제를 조정하여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거나, 앱을 폴더 안에 숨겨 들어가기 귀찮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내용을 쉽게 꺼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포스트잇으로 핵심 내용을 적어서 눈길이 자주 머무는 곳에 붙여놓거나, 공부할 내용을 핸드폰의 배경화면으로 해둘 수도 있습니다. 또는 얇은 공책을 정리해 들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생활패턴을 이해해야 합니다. 퇴근 후 집에 간 순간부터 게을러진다면, 퇴근 후 집에 가기 전에 운동을 마쳐야 합니다. 퇴근 후에 약속이 많이 잡히는 사람이라면, 점심시간을 활용해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볼 수 있습니다. 이때 집이 아닌, 회사에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한다거나 회사에 운동화/운동복을 두는 것들이 최소한의 환경 구성이 될 수 있습니다.
2. 감독관을 만들기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감독관을 고용해야 합니다. 물론, 이때 누구를 감독관으로 정할 것인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잘못된 감독관을 곁에 둔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나쁜 감독관만 아니라면, 결과적으로는 혼자보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스터디원을 감독관으로 둘 수 있습니다. 스터디원과 공동의 목표를 정하여 서로를 감시하고 응원하고 모범이 되는 관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원을 구할 때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나보다 열심히 하거나, 나보다 잘하거나, 나를 리스펙 하는 사람으로 스터디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보다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사람은 나에게 영감을 주고, 모범이 되어줍니다. 혹은 내가 지쳤을 때 나를 끌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나를 리스펙 하는 사람은 내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이끌어 줍니다. 스스로의 시선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에 비추어질 때, 자신에게 조금은 더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목표를 친구나 연인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좋은 사람들이라면 때때로 좋은 감독관이 되어줍니다. 저의 경우에는 목표가 생겼을 때 인스타그램에 목표를 공표하곤 합니다. 제 팔로워들을 모두 감독관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이 경우, 사람들의 기대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성향에 따라서는 그런 압박감 또한 좋은 동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Top-Down 방식의 목표 구체화
위에서 "해야 하는 일"을 정의했다면, 이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단계를 각각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예시적으로, '매일 물 1.5L 마시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들을 정해 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일어난 직후와 업무시간, 자기 전에는 웬만하면 물을 마신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일어났을 때 500ml 생수의 절반을 마시고, 회사에서 350ml 컵으로 오전과 점심직후, 오후에 각 한 컵씩 마시고, 자기 전에 남은 500ml 생수의 절반을 마십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 1.5L의 물을 마실 수 있죠. 식사 중에나 다른 시간에 물을 더 마시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단순화"입니다. 저의 경우 아침과 저녁에 500ml 생수 한 병을 나눠 마시며, 하루에 한 병을 다 마신다는 단순한 규칙이 있습니다. 또한 오전과 점심직후, 오후에 한 컵 씩 마시는 정도는 영양제를 챙겨 먹는 김에 할 수 있는 일이죠.
결론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뒤에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단순화된 단계들을 구상해야 합니다. '단순화'는 우리가 각 단계들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구체화'는 각 단계가 모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4. Blank Time과 적절한 휴식의 활용
Blank Time은 말 그대로, 비어있는 시간입니다. 일정을 계획할 때에는 Blank Time을 두어, 미뤄진 일이나 급하게 생기는 일들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각각의 일에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히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Blank Time을 의식적으로 두어 그 간극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Blank Time이 없다면, 미뤄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전반적인 계획이 계속해서 흐트러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휴식도 계획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욕심을 부려, 할 일들로 일정을 가득 채워버렸다면 결과적으로 절반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니, 적절한 휴식시간을 배치하여 컨디션을 관리해야 합니다. 다만, 어떤 휴식을 취할지에 관하여, 다양한 휴식 방법에 대한 각각의 효과와 부작용은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른 에피소드[현명한 계획을 세우는 법]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한 달 만에 연재 글을 올리며,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그간 이런저런 사정이야 있었으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이 글을 통해, 게으른 어떤 이가 스스로의 게으름에 자책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의 게으름을 마주하고 다스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